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토마스 만 저 ; 임홍배 옮김창비
( 출판일 : 2017-01-01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7-02
페이지수 : 574
상태 : 승인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가지고 만든 여러 작품들이 있다. 때론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위험한 예술이 되기도 하고 끊어지듯 한조각씩 보존된 아련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문학으로는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그리고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전쟁과 평화", 영화로는 "미드나잇 인 파리", "원스 어폰 어 타임 할리우드" 등과 같은 작품이 있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많아서 머뭇거리며 놓쳐 버린 무언가가 많아서인지 나는 이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 책은 20대 초반의 내가 남겨놓은 숙제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운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창비세계문학 시리즈 안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그렇게 베르테르 신드롬에서 벗어났다. 책이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당시의 나는 이 책을 읽을 준비가 안되어있었다. 저자인 토마스 만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괴테의 다른 작품들을 모르니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미래의 나에게 숙제로써 남겨놓았다. 최근에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까지 읽은 나는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이 책을 다시 읽어내려 갔다.
이 책을 한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존경하는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 아닐까 한다. 토마스 만 자신도 그렇고, 괴테는 자신의 안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와 감정을 글로 온전히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였던 것 같다. 이들의 인생사, 이를테면 사랑과 이별이라던지 죽음과 같은 경험은 당대 출간된 작품들에 그대로 영향을 끼쳤다. 실존인물 로테의 편지로부터 시작되는 토마스 만의 상상은 현실과 가상의 모자이크로, 이들의 아름다운 재회와 화해를 그려냈다. 그리고 괴테 작품 전반에 그의 사랑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지 작가 본인도 독자로서 상상한 괴테에게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작중 인물중에 이 이야기에 가장 어색하지만 필수불가결했던 이가 한명 있다. 웨이터 마거는 거의 유일하게 원형이 없는 캐릭터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사건은 로테가 바이마르에 온 순간이 아닌 마거가 이야기에 등장하고부터 고조된다. 마거가 바이마르와 로테의 이야기를 연결했듯이 토마스 만 본인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고 괴테의 열렬한 애독자로서, 다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의 끝을 맺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실제와 얼마나 같았을지는 모르겟지만, 우리는 상상속에 행복한 이들을 보았다. 닿지 못하는 꿈과 같은 세계이지만 즐거웠으니 뭐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