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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장편소설

김금희 지음창비 ( 출판일 : 2024-10-04 )
작성자 : 이○별 작성일 : 2025-06-29
페이지수 : 416 상태 : 승인
책을 덮으며, 정말 세상의 불합리한 모든 것들이, 죄없는 사람을 상처주는 모든것들이 끔찍하게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없는 동물들이 왜 죽어나가야 하고 죄없는 어린아이들은 왜 상처받아야만 했는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중에 어떤 아이는 자라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줄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하고도 입체적인 존재인지. 전쟁이, 가난이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의 양심을 얼마나 쉽게 마모시키고 인간은 또 얼마나 쉽게 스스로의 행위를 합리화하는지. 리사와 빽, 정충수로 대표되는, 권력을 가진 멍청하고 납작한 악의만을 가진 인간들이 타인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주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적나라하면서도, 현실과 별 다르지 않아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결국 그 악의를 그대로 되돌려 받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결국 상처받은 마음을 재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너무 커다래서 중수로도, 중창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사람을 마모시키고 무너트리고 마는 그런 상처를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다정한 사람들과의 기억으로 차근차 쌓아나가는 과정.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건 상관없이, 그저 좋았던 순간들을 하나 둘 캐내어 보관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인것도 같다. 과거를 용서할 필요는 없지만 매몰될 필요도 없으니까. 어떤 시간도 끔찍하기만 한 시간은 없다. 너무나 커다란 상처와 고통으로인해 통째로 도려내버리고 말았던 낙원하숙에서의 시간에도 행복이 서려있었던 것처럼. 행복했던 만큼 상처가 더 크게 돌아왔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 후회조차도 다정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후회조차 하지 못하는, 멍청하고 차가운 사람들은 그런 행복이라곤 느껴보지도 못한채 죽어갈테니까.

덤으로 느낀 것은 역시 어떤 인종이나 국적의 차이가 사람의 선악을 구분짓지는 못한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은 결국 아주 간악해서, 자기가 그럴 수 있으면 얼마든지 타인을 괴롭힐 수 있다. 전에 읽었던 사바삼사라서에서 느꼈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리를 끊어낼 줄 아는, 내가 당했다고 해서 타인에게 무작정 혐오와 모멸을 쏟아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아직은 다정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여전히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 최악이었던 과거의 후회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회하고 반성하며 나아가는 사람들처럼. 그러니 사람에게 태생이나 환경만으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오롯이 그 사람이 한 행위와 말, 생각으로만 판단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나를 아프게 한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 될 뿐이다.

이 소설에서는 어떠한 처벌이나 단죄도 다루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무너진 타인의 삶을 하나하나 재건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도함께 차곡차곡 재건해나가는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온실이 완성된다고 해서 그녀의 삶이 온전해지지는 않았겠지만, 과거와의 조우는 멈춰있던 시간을 조금씩 앞으로 밀어주었다. 이제 그녀는 스스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처도 나를 영원히 무너트릴 수는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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