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화가들의 반란)민화: 민화 속에 펼쳐진 "상상의 정원"을 자유롭게 걸어본다
정병모 지음다할미디어
( 출판일 : 2023-03-1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27
페이지수 : 331
상태 : 승인
행복한 독서이다. 까치와 호랑이 정도밖에 몰랐던 민화가 이토록 다채롭고 아름다울 줄 몰랐다. 무엇보다 저자 정병모의 민화 사랑이 한몫했겠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민화에 대한 애정이 부쑥 자란다.
우리나라 민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먼저 주목 받으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민화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먼저 알아본 일본 미술계의 안목이 고맙기도 하다. 한가지 더 기묘한 감정이 들었던 점은 우리 고유의 화풍으로 생각했던 '까치와 호랑이' 류가 사실 중국 명나라에서 건너왔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었기에 요즘은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가 시작한 것이면 더 좋았겠지만 어디서 시작했든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여튼, 새로운 지식은 언제나 즐겁다.
저자는 민화의 특성으로 '자유'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눈에 보이는 보편적인 정서와 구성 요건이 있지만, 그것에서 언제나 자유롭다는 것이다. 의미는 다소 다르게 받아들이지만, 이 말에는 적극 공감한다. 저자는 파격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오는 자유에 좀더 무게를 싣지만, 나는 예술가가 표현하려는 정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좋다. 그림이나 음악을 들을 때 창작자의 정서가 드러나는 것은 많은 감동을 주지만, 때로 그것은 감상을 방해하거나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민화는 정서적 자극이 덜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예술을 한다는 자의식이 그림에 크게 작용하지 않아서인 듯하다.
책에 수록된 많은 그림들이 작자와 제작 연도가 미상이거나 소장처가 외국인 것이 많았다. 많은 그림들이 진짜 사라졌거나 우리나라에서 사라졌거나 하는 등 소실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다. 지금 바로 느껴지는 안타까움도 있다. 이 그림들을 실제 크기로 보고싶다는 것이다. 온전히 감상하기에 책은 크기가 좀 작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