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돌베개
( 출판일 : 2023-11-06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5-06-26
페이지수 : 277
상태 : 승인
나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들을 별로 읽지 않는데 이유는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기 때문이다. 젊었을때는 애써 무거운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나 영화들을 찾아보곤 했던거 같은데 삶의 무게가 힘들어서일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밝고 가볍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찾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도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독서모임을 통해 이런 책들도 읽을 수 있게 되니 여러모로 독서모임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제 40후반인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는 듯 하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들을 읽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책속 아이들이 가난에 함몰되지 않고 그걸 이겨내고 비교적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여서 다행이었다. 책속에서 인터뷰한 8명의 아이들중 원래 중산층이었는데 아버지가 퇴직후 차린 식당이 망하고 난 뒤 가족의 불화와 금전적 어려움 속에 어머니가 사이비에 빠지면서 힘들게 청소년기를 겪은 아이 이야기를 읽을 때는 진짜 계층 사다리를 오르기는 힘든데 굴러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구나 싶어서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한발 한발 낭떠러지를 걷는 기분이다.
가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쉽게 유혹에 빠져 안좋은 범죄에 휘말리거나 사기를 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러니 그렇게 살지' 라는 생각을 쉽게 할 때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기본적 역량이 박탈된 사람은 내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면의 안정과 생존을 유지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밖으로 에너지를 돌리지 못한다. 이것은 빈곤층이 미래를 위해 지금 절제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뭔가 선택할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하기가 왜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이런 에너지의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인간은 자존이 훼손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능이 모두 망가진다>
그러니 내가 그렇게 함부로 쉽게 말해서는 안되는거다.
<빈곤 대물림의 불평등한 과정 안에서 청소년이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 미래 세대를 고갈시키고 피폐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히 불평등의 나락 속으로 우리 아이들을 쳐박아버리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데....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차례 등장하는 <지역아동센터>에 눈이 갔다.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이 그나마 마음을 붙이는 곳이 지역아동센터였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분들도 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들이 눈에 띄였다.
<지역아동센터의 의미는 아이들에게 돌봄 이상의 것이었다. 단순히 아이들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넘어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자신의 모습을 갖춰가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이번 새정부에서 장기연체자들의 빚을 탕감한다는 기사를 얼핏 들었는데 예전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준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솔직히 나도 뭐 잘사는건 아닌데 왠지 내가 낸 세금으로 다른 사람들 빚을 탕감해주는 거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벼랑끝에 선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그래서 한가정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라면 같이 사는 사회에서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