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지미 글·그림 ; 문현선 옮김오늘책:
( 출판일 : 2021-12-2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22
페이지수 : 168
상태 : 승인
잔잔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에 머금은 슬픔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그 슬픔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으며 참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냥 슬픔 그 자체가 화자와 함께 있는 듯하다. 저자 지미 리아오는 대만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다. 전에 읽은 <별 헤는 밤>도 이 그림책과 정서가 비슷했다. 장편 그림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록 긴 내용이,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깊은 감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화자가 느끼는 이 감정은 '상실감'이다. 엄마가 없는 화자가 다른 사람을 계속해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징검다리처럼 존재하는 기쁨의 순간이 지나고 슬픔의 긴 시간이 화자를 덮는다. 헤어짐이 화제에겐 너무나 큰 아픔이다.
화자는 영화에서 위안을 찾는다. 그 안에서 그녀는 헤어졌던 사람과 재회하고 이별의 상처를 위도 받는다. 영화가 일종의 도피처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별을 반복하며 그녀는 영화를 영화 자체로 즐기게 된 듯하다. 삶은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제 인생을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처럼 관조하게 된 것이다.
상실감, 이 정서의 깊이를 나는 아직 잘 모른다. 나에게 상실감은 아직까지는 조금의 힘겨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다. 사람도 물건도 그다지 욕심내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런 걸까. 이별은 조금의 아픔을 남기지만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정서이다. 이 그림책은 그 정서가 누군가에게는 큰 슬픔일 수도 있다는 이해를 남긴다.
그러고보니 모두에게 크게 다가오는 슬픔의 종류가 다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림책의 화자와는 조금 다르다. 나의 그 슬픔은 영화로는 위로 받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견뎌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