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선언 : 서브컬처 본격 비평집
텍스트릿 엮음요다
( 출판일 : 2019-08-3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20
페이지수 : 268
상태 : 승인
<비주류 선언>은 '텍스트릿'이라는 장르 문학 비평가 모임의 비평을 모은 글이다. 때문에 이 책에 실린 비평은 판타지, 로맨스, 무협 등의 대중적인 문학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이러한 성격의 작품들이 '비주류'라고 생각하며 이런 제목을 지은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펴든다. 로맨스나 무협에 대한 비평이라 평소에 잘 읽을 수 없는 글들이기에 구미가 팍팍 당긴다.
서문에는 자신들의 비평의 한계를 인정하며 시작한다. 사실 '통속'이란 할 수 있는 부분을 '대중'이라 바꾸고 이제는 '장르'라고 이름하며 고급화를 지향하려는 욕심이 읽히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일종의 '피해의식'이라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을 승화시킨 것 같은 자신들의 일을 전문화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배제할 수가 없다. 인정한다, 이것은 선입관이다.
비평은 두 관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작품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읽고 사회를 통해 장르의 변화를 읽는다. 이러한 구성은 썩 만족스럽다. 교차 지점에서 이들이 말하고싶은 장르 문학의 특별함이 남지 않을까.
가장 인상적인 비평은 로맨스와 페미니즘의 공생을 고찰한 부분이다. 여자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 속에 내재된 수동성과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의 능동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두 지향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 여성의 연애관이 정립될 것이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평가가 답할 수 없는 '공생'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건 나에게 남겨지는 숙제이다.
이 교차점에 대한 이야기가 에필로그에 나온다. 이 책이 제도권과 비주류의 매개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적혀 있다. 솔직히 에필로그를 읽으며 얼굴이 뜨거워졌다. 서문을 읽고 생각한 '피해의식'이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에필로그를 적은 텍스트릿 대표는 "장르는 주류로 들어가고 싶어서 피해 의식으로 가득한 집단이 아니라"라고 말한다. 역시 카프카의 말대로 책은 도끼다. 오늘도 나는 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