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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02-07-30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6-19
페이지수 : 332 상태 : 승인
세상 모든 이야기는 그 자체로든 이를 읽는 독자에 의해서는 최종적으로는 완결된 형태를 띄게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시키지 못한다. 단지 순간의 자신을 정의내릴 뿐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에 두가지 자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문명과 사회에 속해 소시민의 삶을 동경하며 내면의 깨달음과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자아와 시민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곁을 맴돌며 야성을 간직하고 쾌락을 좇는 '이리'의 자아. 완결되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하리 할러는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두가지로 분류하고 정의내리며 격리한다. 할러 본인은 '인간' 자아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안의 '이리'와 끝없이 충돌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전지적인 독자는 그저 하리 할러라는 사람 하나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황야의 이리에 담긴 이야기는 '인간 지성은 하나의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과도 같다.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성은 신의 선물이자 저주이기도 하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들과 인간 내면의 성장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생의 즐거움 중에 어떤것이 악하고 선한가?

정의에 관한 문제는 사회를 떼어 놓고 본다면 정답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과 악이라는 것은 지구가 생겨날때부터 존재했던 자연법칙이 아닌 인간이 정의내린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에 속해 있는 한 꼭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대와 시대 사이에는 사회의 기준을 깨는 상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야기에서는 이들을 '미친사람들'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지성의 저주로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 기존 시대와 충돌하는 상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 이들을 미친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황야의 이리에는 대비되는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할러와 악사 파블로의 음악에 대한 정의이다. 할러는 클래식을 가치있다고 여기며, 모차르트와 괴테 같이 작품을 통해 영원히 존재할 불멸의 존재들을 동경한다. 그에 반해 파블로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음악을 원하며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는 것 그 자체에 가치를 두는 사람인 것이다. 작품 초반 편집자의 서언에서 하리 할러의 이야기를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미친 사람' 이라고 불리는 한 개인이 겪은 신경증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럼 할러는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존재였을까?

마술극장에서 약에 취해 헤르미네를 살해한 할러를 파블로는 다음과 같이 비난한다.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술 극장을 자살 장치로 이용했다."

우스꽝스럽게도 반은 인간이고 반은 이리였던 하리 할러는 이야기의 말미에도 어느시대에도 속하지 못했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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