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이름
파비안 네그린 글 ; 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조 그림 ; 제님 옮김목요일
( 출판일 : 2025-02-2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17
페이지수 : 38
상태 : 승인
그림책을 다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당혹스럽다. 이야기가 참신하다 못해 희한하다.
수탉들이 이름을 불러 왕을 정하는 나라가 있다. 왕이 죽자 이름이 불리는 사람이 없고 나라가 엉망이 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제 이름이 불렸다며 나서고 전쟁이 시작된다. 이긴 쪽이 왕이 되자 나라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데 왕이 다시 죽는다. 그때, 수탉이 이름을 부른다. 사람들은 그 아이의 이름이 있는 집으로 몰려간다. 그 아이의 이름은 '꼬기오'다.
이렇게 적고 보니 무슨 꽁트 같지만 그림책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무질서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아이들이다.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이 도시 곳곳에서 구걸을 한다. 전쟁의 아수라장은 서늘하다. 넓게 그린 두 페이지가 전하는 느낌은 '폐허' 그 자체다. 왕이 다시 죽자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대로 전해진다. 열쇠 구멍 사이로 그려진 눈은 고통을 예감한다.
글에는 없지만 그림에는 '꼬기오'의 답이 있다. 유독 눈에 띄는 소년과 소녀가 아이를 낳아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 힘든 날을 보낸 사람의 지혜인 것이다. 이 그림책은 글로는 웃으라고 하면서 그림으로 웃음기를 싹 거둬간다. 이건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웃픈' 정서와는 좀 다르다. 여기에는 마치 '이래도 웃을래?'와 같은 반문이 있다.
앞면지 뒤에 적힌 작가 '파비안 네그린'의 약력을 보니 '남미와 유럽의 최고 그림책 작가'라고 소개된다. 찾아 봐야겠다. 호기심이 동하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