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 김명주 옮김김영사
( 출판일 : 2024-10-1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15
페이지수 : 683
상태 : 승인
유발 하라리는 개인적으로 '읽는다'는 것이 주는 희열을 만끽하게 작가이다. 명쾌하면서도 개성적인 문장, 짜임새 있는 구성, 자연스러운 논지 전개, 독특한 관점 등 믿고 읽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에 이어 세번째로 읽는 그의 <넥서스> 역시 만족스러웠다.
<넥서스>는 정보와 사회를 연결시킨다. 세계의 체제를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로 크게 양분하고 정보가 그러한 체제에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를 살핀다. 그 살핌의 목적은 역시 현대의 위기와 문제를 진단하고 제시하는데 있다. 저자는 체제의 분열을 더욱 강화시키는 일조하는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민주주의가 계속 존속될 수 있을지 우려한다. 만약 알고리즘이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사회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한다면?
하라리의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질문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는 정보 대신 '지혜'를 잊지 말 것을 주문한다. 마치 랍비가 말하는 듯이 '의식의 빛'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 디지털이 구축하는 네트워크가 가질 수 없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체)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홀린 듯이 읽고 혼란 속에 빠진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이렇게 의문 속에 빠질 결론을 예견했으며 하라리의 질문이 생경한 것이 아니기에 그 혼란의 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내용은 미국을 위시하여 극우가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정보 네트워크와 연결해 해석한다는 점이다. 냉전 시대 못지 않는 극심한 대치와 분열의 현상 속에서 그나마 합리적으로 작용했던 민주주의 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걱정은 곧 나의 걱정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 등장하나 다시 일어날 것이라 상상하지 않았던 일들이 현실화된 것을 목격한 요즘이다.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역시 엊그제 일어난 일이다. AI가 독재와 침략을 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세계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의식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면 좀더 유심히 살피고 좀더 강박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할 것이라 믿는다. 하라리의 다음 책을 기대한다. 그의 조국 이스라엘에 대한 냉정하고 면밀한 논평의 기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