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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다산책방 : ( 출판일 : 2024-09-03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14
페이지수 : 140 상태 : 승인
소설가 박경리님(도저히 님을 붙이지 않고는 호명하지 못하겠다)의 시집이라니, 도서관 서가에 꽂힌 시집을 보자마자 가슴이 뛰었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아직까지 한번도 박경리님의 시를 읽어보지 못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쫓기지 않고 보고 싶은 마음으로 아껴놨다 폈다.
흠, 이 어리둥절한 느낌, 뭔가 '대가'와 걸맞는 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솔직하고 너무나 분명한 시어들. 구체적이 명확한 시어들이 캐스터네츠로 박자를 딱딱 맞추는 느낌이었다. 물론 대단한 시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는 좀 달랐다고나 할까.
소설가의 시였다. 서정적이지만 감성이 여느 시인과는 조금 다르다. 단정한 문장들에 아이 같이 순수하고 꾸밈없는 마음이 담겨 있다. 글 잘 쓰는 할머니의 지난 회상에 들어간 감상은 '귀여운 투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외할머니가 힘들었던 지난 시간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했다. 여문 기둥처럼 느껴졌던 할머니의 감춰진 속마음이 실은 보드라운 카스테라였다는, 숨겨진 실체를 목격한 느낌이다.
한편의 수필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과거 회상 시들은 시로도 전하지 못하는 일들의 아픔이 담겨 있다. 그 격랑 같았을 시간들을 어찌 상상할 수 있으랴. 다만,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어느 순간 제목처럼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을 시인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의기소침한 며칠이다. 일이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떨리는 지금의 내 마음도 저리 회상할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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