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 박상미 옮김마음산책
( 출판일 : 2011-01-01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6-11
페이지수 : 411
상태 : 승인
추천받은 줌파의 단편 집 두 권 중에 이 제목이 더 마음에 들었다. <축복받은 집>이 줌파의 첫번째 작품집이라고 해서 그걸 먼저 읽었다.
이 책은 첫 단편집이 나오고 9년 뒤에 나왔다. 여전히 가족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소설의 길이도 좀 길어져서 단편이라기엔 좀 길었지만 더 편안하게 읽히면서 단편의 긴장감은 그대로 유지하는 수작들이다. 줌파의 책 두 권을 읽고 나니 문화권에 따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참 다르게 펼쳐진다는 걸 느낀다. 우리나라 역시 가부장적인 문화의 전통이 강한데 인도는 우리보다 한 술 더 뜬다. 부모들, 특히 이민 가정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희망이 우리나라의 학벌주의 못지 않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 지를 의식하고 체면을 매우 중시한다.
성인이 되어 미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부모는 인도의 전통과 습관을 그대로 지닌 채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국 속의 인도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아이들은 미국 문화 속에서 부모의 방식에 이질감을 느끼며 완전히 미국사회에 동화되지도 못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하고 누구도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고통받는 가족들은 있다. <그저 좋은 사람>의 수드하는 의무를 다하는 딸로, 라훌은 이해받지 못하는 아들로, <길들지 않은 땅>의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무게 때문에 고통받는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각자에게 부여된 의무와 구속감으로 고통스럽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라훌이 어린 조카를 돌보다 다시 술에 손을 대고 조카를 욕실에 방치하는 일이 벌어진다. 수드하의 남편 로저는 쌩한 바람을 일으키며 라훌은 물론 아내 수드하에게도 냉랭한 모습을 보이며 돌아선다. 수드하의 부모는 묵묵히 라훌을 바라본다.나는 세상 사람 모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사람에게도 그저 좋은 사람이 있고 그게 가족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2부 헤마와 코쉭이라는 부제에 세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나는 특히 이 세 개의 연결된 이야기가 좋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인도 이민 가정의 2세대인 헤마와 코쉭은 짧은 기간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그 짧은 기간의 이야기를 헤마가, 그 집을 떠나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새 가정을 꾸미는 과정의 갈등과 우연히 헤마를 만난 이야기를 코쉭이, 코쉭의 구애를 거절하고 평범한 결혼을 하고 코쉭의 죽음을 전하는 헤마의 이야기로 이어진다.아무래도 나는 서사가구체적이고 사랑을 담고 있고, 그것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다.
책을 덮으면서 책날개에 있는 줌파의 장편 두권, 산문 집 하나의 제목를 메모했다.좀 쉬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