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현황

  • 참가 현황

독서마라톤 종료일까지D-036

독서마라톤 참가신청

책 이미지가 없습니다.

채식주의자

한강창비 ( 출판일 : 2007-10-3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10
페이지수 : 247 상태 : 승인
참가하고 있는 독서회의 이번주 대상 도서이다. 몇 년 전에 읽은 것이지만 꼼꼼하게 천천히 다시 읽는다. 사실 그때 해소하지 못하고 지나간 의문들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폭력에 대한 상흔을 그린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많은 은유와 상징들을 전체의 주체로 통괄시키지 못했다. 다시 보니 지난 독서에 미처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이토록 슬픈 소설이었나 싶을 정도로 가슴을 아프게 하는 무수한 슬픔과 분노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기력해 보이는 동생 영혜도 분기탱천해 보이는 언니 인혜도, 구역질이 나도록 자기 밖에 모르는 인혜의 남편도, 너무 무겁고 무거워 내 삶까지 들어올리기 버거운 느낌이다. 겨우 정리해 가름해놓은 허무가 찾아와 나를 잠식할 것만 같다.
심연을 찾아들고 싶은 마음을 다잡으며 '텍스트'라고 중얼거린다. 이토록 예민하게 문제 제기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모두의 잠재적 바람으로 그냥 지나가게 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말해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무거운 나의 감상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를 수 있다는 것, 지금 인혜의 불처럼 타오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인지부조화에 감정이입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삶의 모순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좁은 소견으로 모순이 아닌 것을 모순이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할 것은 지금의 기록이라는 사소한 일상, 이것을 치뤄내야 한다.

<채식주의자>의 세 편은 한 편으로도 읽히지만 긴밀하게 연결된다. 세 편 모두 서술자와 소재, 주제가 다르지만 하나의 주제로도 묶일 수 있다. '채식주의자'는 식욕과 가족을 엮어 폭력을 그린다면, '몽고반점'은 성욕과 예술을 엮어 상실을 그린다. '나무 불꽃'은 이타와 자기애를 엮어 삶을 그린다. 세 편의 이야기 속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 고통 속에서 영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고, 인혜는 조용하나 맹렬히 산다.
무감각했던 영혜는 꿈에서 자신의 고통을 강압적으로 표현된 육식으로 마주한다. 이를 통해 제 고통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지독한 것인지 깨달으며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채식을 고집한다. 애쓰면 살던 인혜는 남편의 실체가 밝혀지며 회피했던 제 고통과 마주한다. 너무나 힘겨워 죽음까지 생각하지만 아들 지우를 홀로 남길 뻔했다는 죄책감에 또다시 빠진다.
두 사람은 죽음조차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고통은 여기에서 백미를 이룬다. 죽음을 그토록 원하는데 죽을 수가 없다. 언뜻 세상이 허락하지 않아서인 것 같지만 죽음만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스스로 죽기 전에 달리 살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구급차에 탄 인혜는 뒤늦게 영혜의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영혜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에 다름 아님을, 자신 역시 너무나 큰 고통 속에 놓여져 있었음을 자각한다. 인혜는 나무에게 눈으로 묻는다. 그 질문은 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고 내가 질 것 같은가 하는 고통에 대한 도전이라고, 음식을 거부하지만 살기를 죽도록 원하는 인혜의 마음을 읽은 것이라고, 영혜도 그저 살고 싶다는 아우성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댓글쓰기
로그인 도서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