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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 서창렬 옮김마음산책 ( 출판일 : 2013-01-01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6-10
페이지수 : 315 상태 : 승인
줌파 라히리라는 이름을 난생 처음(짧지 않은 생임에도) 들어보았다. 이 작가 역시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니 첫 작품집인 이 책으로 미국에서 꽤 유명한 작가이고 국내의 팬 층도 두터운가보다. 젊어서는 우리나라 소설가들의 책을 참 좋아했었다. 특히 단편들을 좋아했는데 시와 장편소설의 어디쯤인것 같은 서사가 있는 시와 같다는 느낌을 줘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런 느낌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단편들의 그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어서 근래에는 잘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 접한 줌파 라히리의 단편집 두 권을 순식간에 집중해서 읽었다. 글이 우아하고 표현은 섬세한데 감정은 과장되지 않게 전달되는 느낌이 참 좋다. '인도'와 미국이 뒤섞인 이야기들인데 읽고 나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감정이 따라가기 힘들 만큼 날카롭지 않았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뒤틀림과 그럼에도 그 안에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는데 그런 부분이 참 좋았다.

줌파 라히리는 런던 출신으로 벵골 출신의 이민자 부모가정에서 태어났다. 곧 미국으로 이민해 로드아일랜드 지역에서 살았다. 그의 첫 단편집에느느 <일시적인 문제>를 포함한 8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대부분 인도를 떠나서 새로운 대륙에서 뿌리 내리는 이민자 가정의 부모, 자식, 부부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다. 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부부란 무엇일까, 부모에게, 혹은 자식에게 서로는 각각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유산을 하고 남편 슈쿠마와 점점 사이가 벌어지는 쇼바는 전신주 수리때문에 매일 정전이 되는 저녁 한 시간동안 자신들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더 이상 정전이 되지 않는 날, 둘은 다시 불을 끄고 두 사람은 '이제 자신들이 알게 된 사실 때문에'운다. 균열을 미리 막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 영원히 서로에게 닿기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카에 가족을 두고 미국으로 공부하러온 피르자다씨의 호주머니 시계도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속한 곳에서의 식사와 행동은 이미 그곳(디카)에서 일어난 일들의 그림자일뿐이고 그가 정말로 속한 곳에서의 식사와 행동은 이미 그곳에서 일어난 일의 뒤늦은 허상일 뿐임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호주머니 시계다. 피르자다씨는 딸의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다 못 외울 지경이라고 한다. 한 번도 그의 입을 통해서 가족은 너무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호주머니 시계는 그걸 보여준다.작가의 작품들이 지닌 매력을 잘 보여준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은 작가의 부모들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진하게 준다. 주인공인 남편은 어렵게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인도에서 결혼식만 올린 아내와 신혼 생활을 시작해 아직 서먹하고 어색하다. 그러던 그가 아내가 '나와 마찬가지로' 힘들것이라고 생각한 순간 아내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그리고 어느날 그녀의 죽음이, 자신의 죽음이 각각 그와 그녀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미래의 '그들'을 생각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아, 그렇겠구나. 나 역시 남편의 죽음에 영향을 받고, 남편 역시 나의 죽음에 영향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그런 존재이구나 하는 느낌. 세 대륙에서 30년 이상을 견뎌온 자신을 대견해하는 장면은 작가가 자신의 부모에게 보내는 찬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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