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땀 : 여섯 살 소년의 인생 스케치
데이비드 스몰 지음 ; 이예원 옮김미메시스
( 출판일 : 2012-01-0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5-22
페이지수 : 325
상태 : 승인
*제목: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다.
6살 남자 아이의 시각에서 보는 뒤틀린 가족상을 그린 그래픽 노블. 주인공은 무심한 아빠, 늘 히스테릭한 엄마, 데면데면한 형과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들을 회상한다. 꼬마이기만 했던 주인공의 눈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행동과 가장 어린 그에게 귀결되는 그들의 짜증. 그러던 어느 날 목에 불거진 혹의 모양을 부모가 아닌 이웃 아주머니가 발견하며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그것은 바로 암 수술. 그러나 아이의 부모들은 간단한 물혹 제거 수술이라며 이미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아이를 기만한다.(부모는 하얀 거짓말이라고 믿었겠지만 적어도 주인공은 기만 당했다고 여긴다.)
아이의 목 오른쪽 부위에 커다랗게 그어진 수술 자국은 얼기설기 엮인 '바늘땀'의 모습이고, 죽을뻔한 운명의 커다란 상처를 대충 꿰매 놓은 듯한 바늘땀은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대충 봉합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은유한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고 그 시절만의 상처들이 있다. 아이의 시각이었기에 이해할 수 없었고, 불합리했고, 너무 커다랗던. 성인이 되어서 되돌아보며 그제야 진상을 이해하고 났을 때 이중으로 시간차 공격을 하기도 하는 상처들. 나 또한 그랬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남동생의 모습들이 새삼 이 그래픽 노블을 읽으며 오버랩 된다. 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또한 깊게 불행했던 순간들도 간직하고 있다.
상처는 인생에 있어 당연하게 벌어지는 자연현상과도 같다. 그러한 순간들을 바늘땀으로 겨우 봉합하고 넘어가는 것이 그들로선(양쪽 모두) 최선이기도 했다. 봉합하지 않는 것보다 바늘땀으로라도 살펴주는 것이 당연히 나을 것이다. 다만 더욱 촘촘하게 정성스러운 손길을 건넬 뿐. 예쁘게 아문 흉터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