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14-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06
페이지수 : 324
상태 : 승인
저자 김찬호는 '모멸감'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사회적 속성들과 그 감정이 우리나라에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유심하게 살핀다. 다른 이의 시선과 평가에 과민하고 체면과 순위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이 얼마나 모멸감에 취약한지 다양한 예를 들며 설명한다. 그래서 흥미롭게 읽히며 저자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된다.
누구든 읽으면서 자신이 모멸감을 느낀 순간이나 모멸감을 준 순간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황스럽거나 화가 났던 그 순간들이 사실 그리 마음에 담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내가 받는 모멸감은 상대의 우월감이 작용한 것이며, 내가 준 모멸감은 나의 우월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우월감이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것, 사실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라는 공식 역시 재빠르게 따라온다.
그럼에도 모멸감(그리고 저자가 같이 살피는 수치심, 모욕감도)은 쉽게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말로 뚝딱 정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모멸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고 지나치게 상처 받지 않으려 내 마음을 잘 다독이려 노력할 뿐이다.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 그것은 그저 나를 통과해 지나간다.
그럼에도, 담고 있으면 내가 괴로워지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보내지 못하고 고여 있는 감정이 존재한다. 그 깊은 감정의 정체는 저자가 말하는 '모멸감' 중 하나이다. 내가 느낀 그 모멸감이 사실 나와는 무관한 것임을 알지만 보내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경멸은 자기의 정체를 비춰주는 시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나는 내가 남긴 그 모멸감을 통해 나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