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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인간 = Convalescence

한강 지음 ; 전승희 옮김아시아 ( 출판일 : 2013-06-1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6-05
페이지수 : 89 상태 : 승인
도서관에 한강의 책이 별로 없다. 조금이라도 알려진 작품들은 대부분 대출이고 눈에 띄지 않게 몇 권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회복하는 인간>은 그렇게 남겨진 책들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있긴 하지만 별로 없는 '2인칭' 서술이 이루어지는 소설이다. '당신'이라고 칭해지는 인물은 한의원에서 뜬 뜸으로 입은 화상이 심하게 곯아서야 병원을 간다. 누군가의 동생인 '당신'은 서술자에게 '그녀'라고 불리는 언니에게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그 상처는 화상만큼이나 곪디 곪아 그녀를 아프게 한다. 그러나 '당신'은 '그녀'를 마음껏 미워할 수조차 없다. 언니가 병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서술자는 화상을 뒤늦게 발견한 '당신'이 제 마음의 상처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모른다'는 말로 알려 준다. '당신은 모른다'라고 반복되는 서술은 얼른 상처를 알아차리라는 명령처럼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다.
그 말은 독자에게도 하는 말일 터이다. '당신'은 곧 우리이자 '나'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상처를 꽁꽁 감춘 채 티내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무겁고 아프다. 눈물을 흘리며 언니 밉다고 소리라도 치면 좋을 것을 동생은 그저 묵묵히 감내할 뿐이다. 서술은 상처가 만들어진 인과에 집중하지 않는다. 상처 받은 사람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소리내지 못함을 조명한다.
겨우 상처가 낫기 시작할 무렵 '당신'은 자전저를 타다 넘어진다. 온 몸에 다시 쓰라린 상처를 만든 '당신'은 그제서야 회복되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린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중얼거림은 회복의 시작이다. 자신을 지배하던 무감각에서 깨어나는 것, 그것은 '당신'이 곪은 상처를 인식한 순간과 같은 것이다.
상처도 상처라고 스스로에게 알려 주어야 할 때가 있다. 힘들면 누구에게 기대기에 앞서 제 마음 먼저 보듬고 안아주어야 한다. 상처를 준 상대에게 그 상처를 알아달라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만큼 아프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 그 상처를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회복은 그렇게 제 상처를 직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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