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장편소설
구병모 지음민음사
( 출판일 : 2018-06-15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6-05
페이지수 : 192
상태 : 승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특히 도시인들에게 이웃이라는 단어는 과거에 비해 그리 친숙한 이미지로 비춰지지는 않을 것이다. 극한의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구조와 이에 맞춰진 주거형태에서 예전과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이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몇몇 어른들은(대체로 나보다는 어른인것 같더라) 흔히 말하는 이웃간의 정이 없고, 세상이 삭막해졌다며 비통해하곤 한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독립하기까지 이웃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변하는 것을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뜻한 이미지 이면에는 공동체라는 허상이 존재한다. 가족처럼 사회제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떨쳐내기 힘든 관계도 아니고 위치적으로 가까이 존재하기에 시작되는 우연에 가까운 관계이다. 어떤 연인들은 너무나 닮아서 서로 그 작은 점들을 사랑했지만, 그 다름이 헤어짐의 이유가 되곤한다. 하물며 닮은 점 이라고는 없고 사람대 사람을 넘어 가족과 가족이 맺어지는 이웃이라는 존재는 적당한 거리를, 어쩌면 멀리할수록 더 마음편한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병모 작가는 이 책에서 "꿈미래실험공동주택" 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연히 맺어진 이웃이라는 관계의 허상을 드러낸다. 육아로 대표되는 공통의 의무를 나눠지면서 이웃간의 정이 있는, 더 아름다운 삶으로의 도약을 꿈꾸었지만 실은 그 어떤것도 공유하지 못했으며, 공동체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개인의 아픔만 더 부각되었을 뿐이었다.
구병모 작가의 작품세계는 불편함의 미학, 세상에 대한 체념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현상을 향한 강한 비판을 읽어낼 수 있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그 비판속에 작가 자신의 강한 분노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젠틀하고 담백하게 사회를 비판한다는 말도 웃기긴 하지만, 너무 과한 감정은 다른 생각을 가진 독자에게 또 다른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작가 본인의 편협한 시각이 드러나게 할 뿐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고 싶은 것이지 정치 비평서를 읽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