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바다출판사
( 출판일 : 2020-09-04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5-28
페이지수 : 343
상태 : 승인
<명랑한 은둔자>는 인상적인 책 중 하나로 꼽는 <드링킹, 치명적인 유혹>의 작가 캐롤라인 냅의 에세이이다. 알콜 중독이었던 저자는 <드링킹...>에서 금주가 술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술 없이 삶을 직면하게 하는 힘들고 지난한 또다른 과정으로의 진입이라고 설명한다. 냅은 <명랑한 은둔자>에서 금주 이후의 삶의 과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써내려간다.
그녀는 자신의 성격이 냉정하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수줍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명랑한'이라고 수식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다소 무례해 보이는 그녀는 특정 몇 명에게는 '명랑'하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냅은 잘 알지만, 그럼에도 보이는 것에 너무나 신경을 쓰는 자신을 잘 인식한다. 그녀는 외부와 연결을 원하지만 혼자가 되기를 강렬하게 바란다.
(독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멋져 보이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고독'하려는 그녀의 바람이 치열해 조금은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자신에 대한 기대와 이상이 높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면서도 어느 면에서 평범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양가 감정, 이 혼란스러움이 '명랑한' 그녀를 '은둔자'로 만든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결국 이 이중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 정리할 수 없는 혼란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결함을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어찌 보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기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과정이 나에게 있었다. 훌륭한 것도, 부족한 것도 결국 나의 명명이자 스토리텔링임을 인식했을 때 찾아왔던 내적인 충격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냅이 자신의 혼란스런 양가성을 받아들이듯 나는 지식에 대한 나의 추구가 그저 나의 방패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이루고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닌, 그저 허울을 벗고 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은 살아감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했다.
나는 여전히 읽고 지식을 추구하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책은 나의 동반자이나 무엇도 내게 주지 않는다. 나는 다만 읽을 뿐이다. '쓸모'에 더이상 천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