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War's unwomanly face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박은정 옮김문학동네
( 출판일 : 2015-01-01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5-28
페이지수 : 558
상태 : 승인
시간은 계속 흐르고 세월은 중첩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앞으로 펼쳐질 인생은 얕아지고 지나온 삶은 깊어진다. 죽을것만 같이 힘들었던 시간들도 지나온 한때가 되고, 행복만이 그닥했던 사랑도 그때 그 시절 추억이 된다. 무감각해진다 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책은 제2차세계대전 소련의 여성들, 그 중에서도 자원하여 전장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문학적인 표현만이 아닌 현실의 목소리, 무덤덤하게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세월과 아픔이 담겨 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벗어난 인간 본능을 넘어서는 이념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에게도 대의와 정의를 위해,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이 있다. 비록 서있는 땅도 다르고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무엇 위에 세워져 있는지 생각해본다. 나는 무책임한 평등이 싫다.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앞에 붙곤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의지를 무력하게 만드는 그 무책임함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