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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장편소설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살림 ( 출판일 : 2019-06-2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5-21
페이지수 : 474 상태 : 승인
*제목: 잔잔한 소설 아닙니다. 엄청난 반전이 있어요.

가재는 아주 아주 맑은 곳에서만 노래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재의 노래는 최상급 자연환경의 표상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그 표상은 주인공 '카야'이기도 하다. 카야는 마치 정글북의 모글리를 연상시키는데, 그녀는 부모에게 버려지다시피 홀로 늪에 남아 그야말로 생존만을 위해 살아간다. 공교육은 물론이고 기본적 사회 생활에서조차 배제되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습지 소녀'로 배척한다.

물론! 이야기는 그것이 다는 아니고 또 다른 등장인물들과 얽히며 파장이 인다. 당연히 남자 주인공들이 나와서 카야와 삼각관계를 이뤄야겠지. 이 부분에서 매우 클리셰적인 남성 두 명이 등장하는데 카야를 늘 자상하게 감싸주고 공부도 가르쳐주는 사르르한 '테이트', 반면에 마을에서 인싸로 유명하고 카야에게 에로스적 사랑을 제시하는 날티 뿜뿜 '체이스'가 바로 그 둘이다. 둘은 카야 인생 속 엇갈린 시간 속에 등장하며 그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결국에는 그 둘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카야는 다시금 늪이야 말로 자신을 제일 잘 알아주는 친구이자 부모 같은 존재로 여기고 더욱 깊숙이 사회를 등진다.

카야는 다시금 사회에 등장하게 되는데 정말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살인의 용의자로서이다. 체이스가 늪의 망루 옆에서 처참하게 추락사 하게 되는데(사실 이 사건이 소설의 첫 장면으로 시작하고, 모든 이야기는 플래시백 구조이다.) 많은 증거들이 카야를 향해있다. 카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평소 카야를 눈여겨보며 안쓰러워했던 노신사 변호사가 그녀의 변호를 돕는다. 이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아껴둔다.

나는 이 장편의 이야기 속에서 카야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끼고 한편 분석적으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카야는 겉보기에는 건강미 넘치는 아리따운 여성이지만 그 내면은 그 어떤 인간들보다 자연 그대로의 동물 같은 야성을 간직한 인물이다. 바로 그 양면 때문에 두 남성에게 매력을 어필하기도 하고 반대의 효과도 낳았던 것이다. 나 또한 카야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읽으며 그녀의 행동과 마음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또 한편 그녀 본연의 야성을 목격할 때는 야생 동물을 우연히 조우할 때 만큼의 번개 같은 저릿함도 느꼈다.

결국에는 카야를 매개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줄거리를 넘어 자연 속 인간의 관점이라는 큼지막한 생각으로 넘어가게도 된다. 인간은 자연에서 온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자연성이라는 것은 얼마나 순수한가, 그 순수함이라는 순도가 꼭 긍정성을 띄어야만 하는가, 차디 차가운 호수같이 맑은 카야의 두 눈을 상상하며 용기 내어 대화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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