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씻다 : 이선식 시집
이선식 지음문학수첩
( 출판일 : 2020-12-1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5-25
페이지수 : 160
상태 : 승인
시집 제목이자 수록된 시의 제목인 '귀를 씻다'란 말은 보통 들어서는 안될 말을 들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시인 이선식은 편지를 전하는 집배원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는 산골짜기에서 들리는 물줄기 소리에 귀를 씻는다. 오토바이 소리가 그토록 싫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은 다른 시를 읽어가니 점차로 풀린다. 산골에 사는 시인은 아무래도 도시 생활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사람이다. 오토바이 소리에 귀를 씻는 것은 도시를 기억나게 하는 매개물을 마음에 두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끌리고 생각나고 흔들리는 것이다.
처음 이선식의 시는 추상적이고 모호하고 진지했다. 뭔가 찾기 힘든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구체적이고 분명하고 장난스런 시가 불쑥불쑥 나타난다. 진지한 시보다 그런 시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이 시인은 어쩐지 관조와 해탈보다는 꾸밈없고 생동감 있는 시를 지어야 할 것만 같다. 활기있게 살아가야 할 외향형의 사람이 억지로 방구석에 들어앉아 내향형으로 살아가는 것 느껴진다. 이 재미있는 사람이 왜 이리 무게를 잡으려 하는 건지 두번째 의구심이 찾아온다.
시인과 시적 화자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시의 화자가 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시 뒤의 시인의 실체를 가늠하려 한다. 시를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하다. 이런 나는 뭐를 씻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