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도서관 독서마라톤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으로 이사 와 행복하게 살던 시인 가족들에게 개발 소식이 전해진다. 강을 막아 둑을 쌓고 땅을 파헤치는 공사 소음 속에서 시인은 절망한다. 그 절망으로 후배가 맡긴 닭을 돌보지 못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그려지는 그림책이다.
부드러운 그림 속에는 안타까움이, 그리고 절망 뒤 만나는 희망이 담긴다. 시인은 막을 수 없는 일 앞에서 무기력감에 빠져 힘을 잃지만 닭들은 제 살 길을 찾아 조류 독감 속에서도 강인하게 살아남는다. 그림책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강함이 아닌 끈질김이다. 그 끈질김은 독자생존이 아니라 기댈 곳과 머물 곳을 찾아 함께하는 공존으로 완성된다. 그 생명력은 결코 포크레인으로 파괴되지 않는다. 시인에게도 있는 그 생명력을 일깨우는 닭들, 그 닭을 시인은 '닭님'으로 부른다. 스스로 회복하고 살아내는 자연을 향한 경외의 호칭이리라.
내용이 다소 무겁지만 부드러운 그림이 그 무거움을 지지한다. 주제가 너무 힘들지 않게, 혹여 시인의 모습처럼 무기력해지지 않게 하려는 마음씀이 드러난다. 개발이 가져오는 이면의 고통을 생각하게, 그리고 그 고통으로 절망하지 않도록 위로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