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본격! 운전툰
스노우캣 글·그림미메시스
( 출판일 : 2017-01-01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5-05-15
페이지수 : 253
상태 : 승인
다른 독서마라톤 참여자의 독서일지를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가볍게 시간을 보낼 책으로 선택했다고 했는데 읽고 보니 일겠다. 처음 들어보는 스노우캣 (유명한 웹툰 작가인듯)이라는 작가가 본인이 운전을 익히는 과정을 만화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만화책이라는 것도 모르고 빌렸는데 덕분에 가볍게 볼 수 있었다. 그림과 글, 또는 그 사이의 여백에서 작가의 감정이 읽히고 느껴졌다. 처음 운전할 때의 나도 떠올랐다.
작가가 본인의 차를 직접 계약을 하고 가슴 두근거리며 만났던 것과 달리 나는 아무 준비없이 갑자기 만났다. 결혼 기념일 서프라이즈 선물로 계약금 10만원을 치른 노란색 비스토가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면허만 땄을 뿐 아무런 마음의 준비없이 '내 차'를 마주했을 때의 그 당혹감이라니. 겁이 많고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불안감이 많은 나는 노란색 visto와 별의 별 일을 가 겪었다. 운전연수를 시켜주던 남편과는 이혼할 뻔 했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줄 수 있다고 장담하던 남편은 세 번쯤 다정하고 친절하게 괜찮다를 하더니, 세상에 이런 바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답답해했다. 정말 이렇게 몰이해한 사람과 살아말아까지 갔었다. 길가다 아는 사람을 보고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한 손을 흔들며 인사하다 길가의 바위에 쿵 박기도 했다. 잔잔한 사고들도 내고 한 5년쯤 탔을 때는 역주행도 해봤다. 내 앞에 차가 올 때의 그 당혹감과 아득해지던 순간 홍해처럼 갈라지던 차들. 차에 정을 붙이고 운전을 익혀가는 스노우캣과는 달리 여전히 나는 운전이 무섭다. 지금도 되도록이면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놓고 버스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바깥 풍경들을 구경하는게 시간은 걸려도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다음 날, 나는 여전히 머릿 속에서 결코 밝힐 수 없을 사고 미스터리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깨닫게 되었다. 이 일에 내 마음이 뺏기고 있다는 걸.
내 시간이, 내 하루가 이렇게 낭비되고 있다는 걸 (84쪽)
이 부분을 보면서 나 역시 내 시간과 내 하루를 낭비하면서 보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지금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일들에 내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내가 겪은 불운한 일, 남에게 들은 기분 나쁜 소리,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마음을 온통 내어주고 있다. 기분을 나쁘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를 '사로잡는', 그래서 나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일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다시 내가 마음을 빼앗기는 일들을 돌아보게 해준다. 그리고 부담스러운 운전이었지만 음악을 틀어놓고 교외를 달릴 때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좋은 추억도 떠올랐다. 고마웠어, 나의 첫차 비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