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밥상 : 숲 속은 먹이 정글, 밥상을 둘러싼 곤충들의 열정 소나타
정부희 지음상상의숲
( 출판일 : 2011-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5-13
페이지수 : 477
상태 : 승인
나의 독서 인생 중 시작하고는 완주하지 못한 시리즈가 3개 있다. 그중 하나가 현암사에서 나온 <파브르 곤충기> 완역본이다. 총 10권 중 3권까지 읽고 멈추었다.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었지만 완주할 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이 책을 본 순간, 파브르 아저씨와 그의 곤충기가 떠올랐다. 알록달록 색감이 선명한 표지를 넘기니 생생한 사진이 가득하다. 파브르 아저씨의 곤충기에는 삽화가 가득했다. 세상이 진짜 이렇게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곤충에 대한 열정은 <곤충의 밥상>의 저자 정부희도 파브르 못지 않았다. '애정'은 파브르보다 더 많아 보인다. 파브르는 '지'에 좀더 집착했다면 정부희는 '애'에 좀더 치중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먹이를 기준으로 곤충을 분류한다. 그 분류 기준이 놀라웠는데 읽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풀을 먹는 곤충들은 그저 아무 풀이나 다 먹는 줄 알았는데, 곤충마다 먹이로 하는 풀이 한두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마치 1:1 대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어떤 풀에는 특정한 어떤 곤충이 있었다. 오묘한 자연의 질서이다.
하지만, 제목처럼 곤충의 먹이에 치중하기보다는 먹이를 중심으로 그 먹이를 먹는 곤충의 생태를 집중 조망한다. 그렇다보니 곤충에 대해 늘어난 지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명칭을 정확히 알게 된 곤충들부터, 계란꽃이라 불리는 '개망초'가 토종이 아니라 외래종이라는 것, 완전변태와 불완전변태를 이젠 갖춘탈바꿈과 안갖춘탈바꿈이라 부른다는 것, 진딧물은 배 안에 알과 같은 배자가 있고 새끼를 낳는다는 것, 여왕벌이 갑자기 죽으면 암컷 일벌 중 한 마리가 여왕벌로 추대되고 즉시 알을 낳지만 수벌만 낳는다는 것 등등 새로운 지식이 쏟아졌다.
이런 지식들은 나중에는 잊혀지겠지만, 저자가 가진 곤충에 대한 사랑, 나아가 자연에 대한 사랑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생각을 하기 전에, 그저 자연을 그냥 두라고 한다. 자연은 알아서 회복하고 알아서 잘 굴러 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정말 자연을 위해 아무 것도 안해야 되는 존재로까지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지만, 저자의 말은 책망이기보다는 담백한 조언에 가깝다. 애매한 관심보다는 곤충처럼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 읽고 나니, 3권까지 읽고 멈춘 <파브르 곤충기> 를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자란다. 올해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고, 내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