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직톤의 초상 : 이승우 장편소설
이승우 지음예담
( 출판일 : 2015-01-01 )
작성자 :
고○철
작성일 : 2025-05-11
페이지수 : 312
상태 : 승인
젊음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시제는 항상 과거이기에, 웃기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가끔 젊었을 적을 떠올려 본다. 어리다고 말하기엔 너무 커버린 애매한 어른이 상태의 나, 변명과도 같은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초라했기에 더 솔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솔직한 젊음에 의해 눈앞에 배고픔 보다는 내면의 공허한 울림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를 우러러보고 또 사랑하고 파괴하면서 미숙하고 초라했던 나 자신을 초월하고 싶어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법한 젊은 시절의 방황, 윤리와 진리 사이의 고민, 열정에 의한 자기 파괴와 사랑, 이 책은 불완전한 젊음 위에 쓰여 있다. 당연함에 의심을 품는 것은 젊음의 권리이다. 저자는 제목에도 쓰여있는 에리직톤의 신화로 대표되는 여러 상징으로 이와 같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예컨대, 주인공 병욱은 선악에 대한 의문으로써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내세우는데, 편의로 선과 악, 강자와 약자로 구분되어 있을 뿐 아담이라는 최초의 인간에게 부여된 이름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저 아벨과 카인이라는 두 인간의 이름에 대한 과장된 해석에 불과 할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인물인 혜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랑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으로써 사랑을 영혼의 눈을 흐리게 해 진실에 가닿을 수 없게 하고 무분별한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젊음 들은 모두 이러한 갈래의 의문을 던지며 나아간다. 완전하지 못한 젊음이 몸부림치며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하는 곳은 어디일까. 끝없이 반복하며 답습되는 인간의 실수에 대한 비난일까, 새로운 세상을 위한 진리일까. 추락하듯이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결말처럼 그저 젊음이 가지는 한순간의 방황일 뿐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