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지음창비
( 출판일 : 2018-04-2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5-08
페이지수 : 52
상태 : 승인
다 읽고 그림책을 덮으며 혼자 키득거린다. 만약 이 그림책으로 토론을 한다면 그야말로 '대환장파티'가 벌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 그냥 가는 곰, 살기 위해 거짓말하는 무당벌레, 그것이 더 싫은 곰, 곰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무당벌레, 설득되는 곰,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꽃밭. 모든 장면과 대사가 큰 물음표가 달린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무당벌레가 가여우면서도 얄밉기도 하고, 큰 곰이 이해가 되면서도 저러면 안될 것만 같다. 언제나 선택에 시간이 걸리고 고민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은 조롱 당하는 양비론자나 질책을 받는 기회주의자가 될 터이다.
표지에 가득한 꽃이 뭔가 감성적인 내용을 상상케 하지만 <꽃을 선물할게>는 단연코 '논리'를 선물하는 그림책이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설득을 위한 근거가 있으며 반박과 동의가 있다. 그러나, 설득을 위해서 자신의 말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상대의 말을 듣고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이해해야만 한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던 무당벌레는 곰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곰을 설득하게 된다. 그 대화의 어우러짐이 '꽃'이 만개하듯 아름답다.
곰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무당벌레의 끈질김은 곰이 그토록 주장하는 '자연의 법칙'을 제대로 맛보게 한다. 말이 이어지듯 크게 상관없을 것 같은 일들이 긴밀하게 서로 이어진다. 좋아 보이는 것도 나빠 보이는 것도 다 꽃을 피운다. 자연은 모든 것의 존재를 긍정한다. 어떤 것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의 논리일 뿐이다. 전제가 모든 것인 자연의 논리는 무적이다. 결국 '티격태격'은 하나로 수렴되지만 우리는 다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좀 논리적으로 잘 싸워 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