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혹은 옛날 옛날 열한 옛날에
리베카 솔닛 지음 ; 아서 래컴 그림 ; 홍한별 옮김반비
( 출판일 : 2023-06-12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5-06
페이지수 : 64
상태 : 승인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라니, 제목이 재미있다. 솔닛이 동화를 뒤집는 발상 역시 재치있다. 잠든 공주의 동생이라니,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잠에 빠진 백년 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공주가 잠든 시간에도 세상은 멈추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을 읽은 독자라면 이 동화가 이 책의 그림책 버전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이야기가 서로 엮이며 이어져 다른 이야기가 되고,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이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서로 이건 내 이야기라고 다투는 장면은 웃음도 난다.
길게 이어지며 엮인 이야기는 원래의 이야기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힘들 건 없다. 모든 이야기를 똑같이 다룰 필요는 없다. 부러 모른 체하고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집중하는 이야기의 무게가 다를 수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가 타고난 재능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에는 이것을 잊고 모두에게 특별 대우를 바라는 마녀가 나온다. 그 마녀 덕분에 세상의 물레가 모두 사라지지만 솔닛은 이 또한 현명하게 풀어낸다. 왕비의 사랑 담긴 간절한 호소가 모두를 설득시킨다. 이야기의 힘이다. 그렇다면 이 마녀는 왜 이야기의 힘에 영향받지 못한 것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사랑해 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에만 너무 빠지면 다른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을 수는 없겠지만 꼭 들어야 할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