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꿈들: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 양미래 옮김반비
( 출판일 : 2022-11-2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5-01
페이지수 : 524
상태 : 승인
솔닛의 <야만의 꿈들>은 반핵 운동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긴 책이다. 1부에서는 미국 네바다 사막의 핵실험 현장에 대한 관찰과 보고가, 2부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그곳에 거주하던 원주민 아와니치족과 마리포사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두 이야기는 말미에서 반핵과 원주민의 권리를 회복시키려는 원주민의 후손과 운동가들의 걷기 운동으로 막을 내린다.
솔닛은 핵무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쫓는다. 그녀는 제국주의적인 그 과정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미국의 야만적인 과거와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시킨다. 솔닛의 눈과 발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자연과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하고 있는지, 그러한 일들이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게 얼마나 은밀하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된다. 그녀가 20여년 전에 '야만의 꿈들'(오펜하이머와 콜럼버스가 꾼 꿈)이라고 명명한 이 고발의 내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솔닛과 다른 활동가들의 힘으로 숨겨진 사실이 밝혀지고 전해지면서 핵과 관련한 일들이 표면상으로라도 축소되고 있다는 것에 이 방구석 독자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솔닛의 기록은 상세하고 풍부하며 수렴을 위해 확장된다. 반핵 운동의 본질이 아름다고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존중이자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이 곳곳에서 읽힌다. 그녀는 세상을 치우쳐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가슴을 열어야 할 때는 그것을 꺼리지 않는다. 무척 용감한 사람이다.
요세미티에 감화된 그녀는 그곳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은 것 같다. 지켜야 할 그곳의 풍광과 사람들은 그녀의 활동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요세미티에 대한 솔닛의 마음은 애착은 사람에게만 가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녀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국립공원 관광객들의 시선을 안타까워 한다. 모든 운동에 가담할 수는 없지만, 구경꾼이 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 솔닛의 이 책을 읽고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