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장편소설
정세랑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20-06-05 )
작성자 :
강○영
작성일 : 2025-05-01
페이지수 : 337
상태 : 승인
신랑의 김치찌개
"김치찌개 해놨어"
엄청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신랑이 끓여준 김치찌개만 먹으면 화가 없어진다. 화르륵 불타던 미움도 맛있게 매운맛으로 순화된다. 솔직히 엄마의 김치찌개보다 더 맛있다.
어느날 저녁이었다. 30개월된 아들은 기차놀이에 푹 빠져있고, 3개월된 딸은 뒤집기 연습을 하며 각자 할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 찰나같은 소중한 시간을 이용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밥한공기에 달랑 김치찌개 하나를 가운데 두고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내가 말했다. "이 김치찌개는 평생 먹고 싶어. 안질려. 내가 죽어도 제사상에 다 필요없고 오빠표 김치찌개 하나만 놔줘." 그냥 나름대로 맛있다는 표현을 생각없이 한것이었다. 그러자 신랑이 "그럴일 없어. 내가 먼저 죽을거니까 "라고 약올린다. "아냐. 내가 오빠보다 딱 일주일 먼저 갈테니까 정리잘하고와"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서로 먼저 죽을거라고 상대의 죽음을 볼 수 없다며 화아닌 화를 내었다.
그러다 신랑이 말했다. "니가 먼저 죽으면 나는 미안해서 어떻게 살아."이 말을 끝맺자마자 그가 눈물을 뚝 떨궜다. 그의 진솔한 마음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래서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로 울어버렸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났다. 그러고는 후다닥 "남들이 보면 웃긴다고 흉본다"며 서로의 눈물을 훔쳤다.
그 순간의 장면이 카메라로 사진찍듯 뇌에 찍혀버렸다. 김치찌개 한그릇 나눠먹으며 행복하게 눈물짓는 남편과, 그 뒤로 꼬물거리며 놀고있는 아들 딸. 평생 이장면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게 행복이지. 맛있는 것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토끼같은 아들 딸을 쳐다보는 일. 아주 작은 것.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여자로서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하면 잔잔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시대를 잘타고나야하나. 사람을 잘 만나야하나. 이래나 저래나 시선처럼 내목소리로 사는 것, 주도적으로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 같다.
요즘 갑자기 신랑이 위스키에 꽂혀 이번달에 200을 위스키에만 썼다. 둘다 육아휴직한 마당에 이게 맞나 싶어 한숨쉬다가 싸웠다. 그러다 내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신랑이 하고싶어하는 것 못하게하면 나중에 계속 속상하고 아쉬울것 같다. 게다가 나랑 같이 먹고 싶어서 산다는데,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을 모으고 싶었는데도 유통기한 생각해서 위스키를 선택했다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예쁜가. 지켜주고싶다. 나에게 김치찌개같은 것이 그에게 위스키일지도 모르니까. 그냥 비싼 선물이라 치지뭐.이 책의 시선처럼 이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