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강신주 지음오월의봄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5-04-30
페이지수 : 1492
상태 : 승인
제일 두꺼워서 빌려다놓고 엄두를 못내다 이제야 쓴다. 마라톤을 4월 중에 끝내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거늘, 직장 다니며 7일 쯤 놀아서 5월을 보게 되었다. 오창 도서관에는 초판이 있는 듯 하다. 이것은 1000페이지가 넘지 않는다. 호수도서관의 것은 러셀의 서양철학사에 비견되는 두께를 갖고 있다. 찜질방에서 몇 페이지 읽으면 베개로 써도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철학 사조나 사상가 둘을 붙여놓은 챕터들이 여럿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붙여놓은 것은 없고, 서양철학 카테고리 안에서 붙여놓은 것끼리 동양철학 카테고리 안에서 붙여놓은 것끼리만 있다. 이러면 통섭적인 사고는 아니지 않은가 하면서 페이지를 넘긴다. 1판에서는 동 서양 각 28 챕터씩 56개의 관점을 다뤘고, 2판에서는 각 33챕터씩 66개의 관점을 다뤘다. 부분부분 증보도 하였는지 20% 챕터가 늘은거 대비 페이지는 50%가 늘어났다.
서문을 읽다보니 또 그의 집필동기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간다. 수학이라는 보편 언어를 습득하는 것으로 물리 화학 경제학 통계학 등의 분야를 명징하게 이해하듯이, 철학을 이해하면 사회학 정치학 문학 공연예술을 시쳇말로 더 높은 해상도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철학의 이해에 있어서 난점은 고루한 철학용어 때문인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결국 철학자 하나하나의 세상에 대한 시선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고, 그럼 결국 모든 철학서를 읽을 수 없으니 좋은 길잡이 철학 교수가 있으면 좋을텐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저자는 한국에 헌정하는 마음을 넘어 양대륙의 변방으로서가 아닌 동서양 철학을 전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마음으로 집필을 했나 보다. 그러면서 아 이 철학가는 더 알아가고 싶다 라는 동기부여가 되는 재밌고 쉬운 책을 지향하려 하다니. 나름 좋은 집필방향을 잡은 것 같다. 그러나...이 두께를 선택한것부터가 패착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요즘 누가 이런 두께를 뚫고 수많은 철학자들의 시선을 교차 검증하고 세상을 관조하고 자신만의 사유를 진작시키겠는가? 청주 90만 인구중에 슈퍼치리가 0.1프로라고 한다면 이 분야 또한 0.1프로 그들만의 세계 아니려나 싶다. 그리고 그 쯤 되는 인물은 굳이 강신주를 거치지 않아도 나름대로의 철학 취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고로 강 교수는 좀 더 대중지향적이기 위해서는 이 판형을 적어도 네 곳, 혹은 다섯 권으로 쪼개서 살살 한권씩 시장에 푸는 전략을 취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고 오지랖을 부려본다. 유튜브에 관련 강좌 하나씩 이삼주에 한 번씩 풀면서 말이다. 그러면 팬심있는 시청자들이 그래도 어느정도 따라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서양철학의 제목을 찬찬히 훑어보면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서양의 철학은 생에 맞부딪히는 문제를 앞에두고 그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사유가 진행되어서 좀 더 현실적이라는 내용인데,(내 머리속에서 이미 몇번 세탁되어서 언어 그대로가 아닌 내가 이해한 대로의 요약이다.) 동양의 철학은 양반들의 철학이라 그런지 좀 더 이상적인 면이 있었다고. 하긴 동양철학의 그런 이상적인 면은 서양에서는 종교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일일이 다 다루면 1만자가 넘어가니 심사위원도 피곤하실 것이다. 23.장의 헤겔과 바디우의 사랑은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일까? 라는 챕터에 대해 간단히 소감을 써 본다. 헤겔이 사랑과 결혼에도 가타부타 말을 얹었는지는 몰랐다. 근데 심지어 변증법을 남자 여자가 사랑해서 애 낳는 것까지 적용하는지는 몰랐다. 요즘같은 이혼 컨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면 그럼 헤겔의 철학에 많은 반례가 생기는 것 아닌가?
동양 철학에서는 나가르주나나 바수반두, 니야야 학파나 나가르주나 등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도 놀랐다. 불교학에서도 좀 파고 들어가야 나오는 이름인데, 철학자는 정말 사상이라면 가리지 않고 넓게넓게 다 읽나 보다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