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지음범우사
( 출판일 : 2004-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4-29
페이지수 : 209
상태 : 승인
저자 이미륵은 일제 강점기 의과 대학 재학 시절 3.1 운동에 가담하여 경찰에 쫓기게 된다. 저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여 타국으로 떠나도록 한다. 저자는 중국을 거쳐 독일에 정착한다. 1946년에 고향에 대한 기억과 독일에 오게 된 사연을 쓴 <압록강이 흐른다>는 독일에서 출판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회고록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 독일로 떠났던 저자 이미륵은 잊지 않기 위해서 이 글을 썼을 것만 같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고향의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글에서 고향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진한 애착이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가 무척 잔잔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저자가 가난 걱정 없는, 그래서 큰 역경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소설보다는 회고록에 가까운 이 글은 그리 '극적'이지 않다. 사건으로 글에 몰입하게 만들기보다는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 것에 좀더 힘을 쏟는다. 그리움이 담뿍 담긴 글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시간이 가져온 울분보다 저자가 얼마나 외로웠는지가 느껴진다. 저자가 감정을 절제하는 덕에 '외롭다, 고독하다, 적막하다, 적적하다'와 같은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 글은 제목처럼 흐른다. 그리움의 정서가 흐른다. 보고싶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흐르고 흐른다. 그 흐름이 그 마음이 참으로 아프고 아름답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따지며 우리 민족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단순하게 저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싶다. 얼마나 그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