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지음 ; 오숙은, 이재만 [공] 옮김교유서가
( 출판일 : 2017-09-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5-04-25
페이지수 : 1064
상태 : 승인
사회과학-인문학 책에 추천사는 전자공학과 교수가 써 주셨다. 사실 이번 독서 마라톤을 프루스트의 전집 읽기에서 벽돌책 도장깨기로 컨셉을 변경한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1.예상치못한 마라톤 출발 시일: 5월->4월로 바뀌면서 스타트라인이 당겨지는 바람에 자격증시험도 미루게되어 플롯이나 인물이름을 좔좔 외워야 하고 보는 문학 작품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게 됨.
2.러브레터의 죽은 후지이 이츠키의 경우 남들 안 보는 책을 많이 빌려다 놓고 독서 카드에 이름을 적어 넣었다고 한다. 우리 청주 도서관에도 군데군데 보면 5~10년에 서가에 들어왔음에도 가름끈(책끈)이 출판 당시 끼워넣었던 그대~로 이쁘게 후크처럼 접혀있는 새 책이 많이 있었다. 그런 책들 사이사이에 인간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불어서 생명을 불어넣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벽돌 책은 어지간한 양서라도 바쁜 현대인의 시선이 머물기 어려운 무게감과 내용적 밀도로 손에 닿기 쉬운 거리에 있어도 대출은 막상 안되는 난점이 있어왔다. 사용자 측면에서 이 책의 대출 이력을 열람할 수는 없어서 진짜 0번 대출한 책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책을 처음 펴보는 순간에 페이지가 붙어 있는 상태만 보아도, 처음 여는 책에는 나름의 차이가 난다. 새벽에 쓰다보니 갬성이 유난히 넘쳐서 사설이 또 길었다. 생각해보면 후지이 이츠키도 읽지 않는 책에 표시를 남긴다고는 했지만, 극중에서는 독서를 하는 씬이 많았다. 다 읽지는 못해도 한 30퍼센트 이상은 그래도 읽고 반납하지 않았을까? 만화<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진짜 좋은 책은 서문에서부터 대작의 향기가 솔솔 난다고 한다. 마치 박사논문처럼 각 챕터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밝히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에 대해서 명명백백히 밝히고 시작한다. 책 내용의 개괄은 잘 쓴 목차로 갈음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문제의식에 동감이 되면 같이 가는 것이고, 아니면 책장을 덮는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물음이란 대저 스케일이 크게 마련이어서, 논문같이 전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포커싱하기에는 너무 일반적일 때가 많다. 똑똑한 유대인이 집필에 9년이 걸리는데는 비정상회담의 타일러의 말씨와 생각방식에서 보았던 놀라움처럼, 각 학제간의 통섭과 다각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꾸준함과 일정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에게 후달리지 않으려면 이정도는 해야지 욕은 안먹겠구나 싶은 책이었다. 여러 모로 귀감이 되는 책이다.
제목에서 밝혔다시피,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저자는 인생의 물음을 던졌고, 그에 답하기 위해 자기 전공 분야를 넘어서 많은 독서활동을 해 온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것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상당히 닮아 있다. 정말 유러피언 서양 사람이 폴리네시아 원주민 등등과 우열이 있어서 이런 문명 격차가 났던 것일까? 답은 아니라고 하며 그에 대한 몇만년의 역사와 지리적 차이 환경적 차이를 근거로 들어 서울대 필독 도서 100선안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던 양서. 이 책도 찾아보면 의외로 주목 받았는데 또 나만 모르던 책 아닌가 싶다.
아무튼 전쟁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긴 설명으로 대답하는 책이다.
인류가 농경사회의 진입 전 인류학적 지식에 의거해서 인간의 투쟁본능이 여러 경위로 있어 왔음을 밝혔고
농경 -중세에 이르러서 국가 단위의 전쟁을 밝혔으며
산업화 이후의 투쟁ㅡ, 민주화 이후에 살상력이 엄청나기는 하나 전쟁의 횟수는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 다민족 국가의 내전상황등을 밝혔다.
저자도 겸손하게 불완전한 한 순간을 포착하여 통섭하였다고 말하듯, 2020년대의 각 세계의 극우화 이후에는 SNS 등을 통한 선동 , 주인된 국민들의 우매화 등으로 인한 이슈도 전쟁의 불안 요소로 설명을 부가해 주었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책을 읽은 독자의 사유 대상으로 남겨두게 된 것 같다. 다만 쉽게 쓰기는 하였으되 재밌게 썼는가 하는 점에서는... 하긴 대학 강의가 재밌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