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장편소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 방미경 옮김북이십일 아르테
( 출판일 : 2017-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4-24
페이지수 : 299
상태 : 승인
'아기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내용들은 이 끔찍한 사건이 왜 일어났느냐보다는 살인자의 궤적에 초점을 맞춘다. 이 추적은 범죄자의 서사를 펼쳐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말자 식의 동정표를 요구하거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작가는 소설 속 피해자들이 너무나 명백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것을 보지 못하고 위험에 휘말리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아티스트인 아빠와 변호사인 엄마, 아이 둘의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그들 앞에 나타난 '완벽한 보모'는 당면한 어려움을 말끔히 해소한다. 보모 루이즈의 모습은 이상하지만, 폴과 미리엄은 자꾸만 그 모습을 합리화한다. 그녀가 없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폴과 미리엄은 자신들의 행동도 정당화한다. '좋은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취약점이 많다.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의 '좋은 사람'을 연기하는 부부,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회피하는 것, 역시 취약점이 된다.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관계도 단호해야 할 때 단호하지 못하는 성격도 취약점이 된다. 다양하게 존재하는 사회적인 취약점과 개인 내면의 취약점이 서로 공명한다. 이 공명은 '세이렌의 노래'처럼 부부를 재앙 속으로 이끈다. 메워야 할 것은 부모의 부재만이 아니었다. 사회적인 시스템은 육아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관계는 위로가 되지 못하고, 불안한 개인은 제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안된다.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아야 한다. 일상이 재난처럼 단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피할 수 없다. 그런 경우가 아닐 때, 지속적으로 이상하다는 사인이 반복된다면 눈을 뜨고 그것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제목 '달콤한 노래'의 '달콤'은 그렇게 듣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노래는 그저 노래인데 달콤하게 들리는, 혹은 듣고 싶은 것이다.
보기 위해서, 눈을 뜨기 위해서 물어야 한다. 왜 이토록 명백한 것을 보지 못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