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레이싱
김남호 지음부커
( 출판일 : 2025-01-3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5-04-19
페이지수 : 656
상태 : 승인
F1 이전에 '사이버 포뮬러'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유사경험만 해 본 나는 F1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인 듯 하다. 넷플릭스 결제도 ㅂㄷㅂㄷ하면서 망설이는 내게, 특정 스포츠를 위해서 채널 구독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지. 직접 레이싱을 즐긴다고 해도 뽀구미 유튜브를 보라. 아반떼 N 하나 사서 트랙 달려서 작살나도 바로 견적이 천 단위일 것이다. 레이싱 전용의 타이어와 세팅 등에도 비용이 나갈것이고... 애초에 벌 생각을 접었으니, 흥미도 유예시켰다. 공부하러 왔다고 정신무장을 하고 와도 제목 하나만으로 딱 이끌려서 집어 보았다.
서문에서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F1을 가장 열광적으로 즐기는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의 국민들의 차고지를 품은 인구밀도 낮은 주거 문화와, 자동차에 대한 사랑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일단은 대회 개최까지는 이제 남은건 자본뿐인 영국 금융이 뒷배가 된다고 하더라도, 역시 자국민들의 성원이 없이는 타산이 안 맞는다. 그리고 몇 십만원짜리 티켓을 사기 위해서라면 돈도 벌어야 겠지만, 그 몇 시간을 담뿍이 즐길 시간과 육체적 여력 또한 담보되어야 한다. 서방의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러한 여건을 주 40시간 이하의 한정된 노동시간에서 찾고, 그에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가장 자본주의적 스포츠에 흥행에 있어서, 가장 민주적인 노동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니... 그리고 그 비싼 티켓값을 지불해도 야구장보다 넓디넓은 트랙 어딘가의 땅 한평도 안 될 자리 하나라니... 내 몸 하나 뉘일 땅 하나를 몇 억 주고 마련하는 우리네 삶과 지극히 닮지 않았는가?
이런 500번대 기술서적 한 자락을 펴 봐도 정치 얘기로 빠지는 나도 어지간히 갈 데까지 간 것 같지만, 아무튼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낙수효과고 나발이고 근시안적인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이 나라를 멱살잡고 질질 끌고 가는데도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모처럼 저녁이 있는 삶 하고 정책 실행을 하려 해도, 손바닥 뒤바꾸듯 정권 바꿔서 주 62시간같은 얼척없는 전근대적 정책 입안 발상에는 그때도 참 혀를 내둘렀다. 계엄같은 결정을 알콜기운에 행하는 소인 시정잡배였기에 부끄러움없고 상식없이 할 수 있는 말이었으리라 하고 지금에서야 돌아본다.
저자는 고대-케임브리지 대 석박사를 딴 기계공학 엔지니어로서, F1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이 입문서를 집필했다. 박사 수준에 올라가서 대중에게 읽힐만한 쉬운 책을 쓴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의 독서대전에 와 있을 김상욱 박사나, 오진 않았지만 알쓸 신잡에서 얼굴을 알린 정재승 박사도 그런 점에선 대단하게 생각하고 존경한다.전문성과 대중성의 교관겸수라는 것은 지향은 하고 있지만 참으로 어렵다. 전문성을 팔 기회가 나에게는 더 없을 것 같으니 보편성을 지향하는게 맞겠다. 넷플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듯 다운포스가 차체를 눌러서 타이어의 마찰력을 증가시키고, 코너에서 엑셀을 쌔리 밟아도 원하는 코스에서 이탈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중딩도 알아듣게끔 설명하여 감탄하며 읽었다. 서스펜션과 댐퍼를 바늘과 실에 비유하며, 달구지에서 덜컥거리지 않는 느낌을 줄이기 위해 차 바퀴에 스프링을 달 필요는 있고, 용수철을 한 번 잡았다 놓으면 평형에 도달하기 전까지 어느정도의 진동이 발생하는데, 그를 위한 댐퍼가 있어야한다..라는 서술은 공학자이기 때문에 더 쉬운걸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실 원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실례를 더 잘 들어가면서 설명을 잘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지만...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본다면,
F1카의 완벽한 이론적 설계만으로는 1등을 할 수 없고 현장 엔지니어가 또 필요치 않을 수 없으니.. 상호 협력적이고 공존을 해야되는 관계기는 하겠다. 아무튼 읽는 것 만으로 공공도로 상에서도 더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컨스트럭터 라는 개념도 그냥 팀 정도로 어설프게 알고 있었는데, 협회에서 지정하는 필수 부품 4개를 자체 제작 혹은 외주 제작을 맡기되 그 외주 제작을 맡은 하청기업은 다른 컨스트럭터로 참여 제한. 그리고 그 이외에 부품(엔진 등)은 컨스트럭터 간 기술 제휴가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가능한 이런 원칙을 준수할 때 컨스트럭터로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근데 엔진이 젤 중요한 거 아니야? 싶어도 암튼 룰이 그렇다니. 그런 룰 하에서 레버리지적 외주의 끝판왕이 HAAS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넷플릭스가 미국 기업인지라 상당히 출연비중이 높았는데, 뭐 하나 제 손으로 깎지 못하면서 베끼고 얻어오는 것만으로 등수를 올린다. 걍 AI에 모든 판단을 맡긴 인간처럼 처량 하면서도 저렇게라도 1등을 하면 그만인가 하는 자조적인 느낌도 들었다.
다음 단행본에서는 좀 더 힘을 빼고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더 잘 팔리고 얇은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요즘 벽돌책으로 단련된 독서 근육으로는 스레드 읽듯이 힘 빼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면에서는 고2 물리2 참고서보다 이 책을 보는게 뉴턴역학을 실제적으로 익히는데는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 좁은 집구석에 자기 지분을 요구하는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