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초록 천막. 1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 승주연 역은행나무
( 출판일 : 2023-07-07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5-04-17
페이지수 : 548
상태 : 승인
러시아에는 걸출한 작가들이 여럿 있지만 나는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유명작품들도 영화는 보았지만 책으로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의 존재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소설은 1950년대 당시 소련 공산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 아이들 사냐, 일리야, 미하 세명의 친구들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1권은 그들의 학창시절, 특히 문학 선생님 빅토르 율리예비치 선생님과 함께한 러문애 시간들과 그 후에 삼인방 중 한명인 일리야의 청년기를 담고 있다.
1권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건 '러문애'로 불리는 탐방시간이었는데, 문학선생님이 문학에 관심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모스크바 골목골목을 누비며 위대한 러시아 문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이야기해주던 부분이었다. 스탈린 치하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 이토록 낭만적인 시간들이라니..... 그 시간들을 통해 주인공 3인방 소년들은 문학성감수성을 키웠고, 이는 앞으로의 그들 인생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빅토르 율리예비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문학이 가진 힘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하는데, 이는 작가가 우리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었다.
<문학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가 속한 시대에서 살아남고 시대와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것입니다.>
<문학은 인간이 소유한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시는 문학의 심장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마음의 양식입니다. 여러분들이 인간이 될지 동물 수준으로 남을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아직 미성숙했기에 나름 낭만적인 어린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3인방은 점점 커가면서 감시, 검열, 금서, 유배, 감옥 등 당시 소련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러다 들키면 어쩌지'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곤 했다.
1권에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또 한장면은 철저한 공산주의자로 살았던 올가의 어머니가 마지막 죽는 순간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죽는 모습이었다.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당시 목사였던 아버지가 숙청대상이 되었을 때 아버지를 부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처절한 아픔이 살면서 한번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죽는 순간까지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던거 같아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