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知의 향연 : 촘스키 저작 선집
노엄 촘스키 지음 ; 앤서니 아노브 엮음 ; 이종인 옮김시대의창
( 출판일 : 2013-01-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5-04-17
페이지수 : 832
상태 : 승인
100~900번까지 고루고루 최소 한 권씩은 읽어보자 하여 당도한 700번 서가, 의외로 두꺼운 책이 별로 없어서 놀랐다. 사전같은 것은 아무래도 평가 대상이 아니다 보니 열외로 갈 수 밖에 없고... 업무상 동탄의 문화센터에 붙은 도서관에 잠시 들렀다. 대학 도서관에서 비치할 것 같은 학술 서적도 불교 카테고리에 있고, 독립서적도 큐레이션 해 두었으며, 독특한 장서들이 있는거 봐서는 700번대도 들여다 보았으면 뭐가 더 있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빌릴수도 없고... 거기가 더 좋아보인들 그곳은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으나 올해 8월이면 근처 시립도서관인지 공공도서관인지 장서 넘기고 폐업이라 한다. 으메 짠한거.. 교육도시 청주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예산확보가 많이 되기를, 시민들의 관심이 책에 머물기를 바라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국제 정세를 다룬 정치학에 가깝다. 내 상식에도 언어학자 아니었나? 싶었지만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과학자, 사회평론가(이를테면 유시민 등)로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학술 활동을 하신다고 한다. 다 빈치처럼 다재다능하고 N잡러이신가 싶다. 필라델피아의 동유럽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양친은 루스벨트의 민주당 지지자였다고 한다. 투쟁의식과 집단 행동에 어느정도 조기교육이 있었다고 봐야되나?
30대는 한국 근현대사에 눈길을 많이 주었다면, 40대에는 부족한 국제정세와 세계사에 다시 눈길을 좀 주어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최근 70년 이내의 지구에 일어났던 수많은 이슈들에 무지했구나 하는 자각을 주는 책이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냉철한 지성으로 무장한 미국의 좌파 지식인으로서, 미국이 세계에 저지른 수많은 졸렬하고 응큼한 깡패짓들을 낱낱이 까발렸다. 그리고 그런 불편한 소리를 쉬지않고 해오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라고 여기는 듯 했다. 그래. 곡학아세 안하고 지록위마 안 하는 것만으로도 행동하는 지식인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에도 9수주의자 윤석열 같은 모자라고 덜떨어진 친구는 있는 듯 해서, 닉슨 정부의 블랙리스트에도 오르고 CIA의 감시대상으로도 올랐던 모양이지만, 그래두 허울뿐이나마 자유주의 국가이긴 한건지 지금까지 장수하신걸 보면 놀랄 노자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모두까기 인형으로 살다가는 제명에 못 버티고 대검찰청 창문 뚫고 뛰어내릴 지 모를 일인데 말이다.
베트남전, 캄보디아, 동티모르 라틴아메리카(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등에 미국이 뻗친 마수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자성을 촉구하는 것이 절반이고, 뒷장은 언어학적인 내용이 한 15%정도 들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15장을 눈여겨 보았는데, 9.11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 이전에 근본적으로 민간인들이 테러를 당한 이유가 뭐냐는 분석에 그간 미국이 해온 악업을 이유로 드는 점이 아주 간결하게 와 닿았다. 그래 업보를 지었으니 돌려받는 것이 있는 것이겠지. 자기 국가가 세계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눈어둡게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주인된 도리로서 바른 행동이 아닌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도 상당히 자주 잘못 작동하고 있는건 매일반인데 민주주의의 대표국가 대접을 받는 거 보면 걍 역시 지갑 크기와 힘이 짱인가 싶기도 하다.
전에 읽은 편견이라는 책과, 어른 김장하랑 엮어서 생각을 해 보자면, 이런 저작 또한 배운 어른의 책무이고, 국제 관계에서 깡패짓을 선동하는 정치가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 선과 악의 대비로 저쪽을 악으로 포장하여 생각을 단순화 시키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는 대학 때 반미주의 시위를 누군가 일으켜보고자 해도 딱히 결집력도 없었고, 나 역시도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그때 학생 지도부가 그런 어젠다를 설정하는데도 나름의 타당성은 있었겠구나 싶었다. 다만 그땐 우리나라 위기를 극복한 지도 얼마 안되어 남의 나라 일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던 외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고의적인 무지와 그 용도'에 휘말리는 것이었겠지. 그래도 사람도 내 속의 문제를 해결 봤을 때 잠시만이나마 평화롭게 있고 싶은 그런 마음을 또 모를수는 없고.
언어학 쪽은 들춰봤는데, 물리학도 골아프고 불교학도 골깨졌지만, 못지 않게 골때리는 분야가 또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했다. 내가 읽는것이 글자인지 비문증인지 구별이 안가려고 했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 보아서는 이 또한 다분히 정치적인 내용으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지에 기고한 글들이라 어렵지 않다고 하였으나 내 기준에는 어렵게 읽힌다. 이를테면 중학생 때 CNN뉴스로 듣기평가 연습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아무튼 오늘도 도서관의 서가 앞에서 나의 무지를 절감하며 겸손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