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지음 ; 정덕애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10-01-01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5-04-17
페이지수 : 193
상태 : 승인
독서마라톤에 팀으로 같이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과 한 달에 한 권씩 같은 책을 읽기로 했다. 4월의 책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였다.
두 사람은 딱히 연애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오래 사귄 것도 아니고 막 결혼부터 한 두 사람은 아이는 여섯 명을 낳기로 계획한다. 그 계획에 맞게 도시 근교에 있는 큰 집부터 덜컥 샀다. 그리고 아이부터 낳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그러면서 부활절 연휴나 여름 휴가, 크리스마스 연휴마다 그 큰 집에 지인들을 매번 초대한다. 큰 집은 그렇게 자주 가끔 지겹게 채워졌다.
일단 집부터 사놓고, 애부터 낳고.
조금씩 커지는 육아에 대한 부담이나 부부 인생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러다 다섯째 아이가 태어난다.
넷째 아이부터 너무나 버거운 상황을 경험하고 임신 계획에 제동을 걸어보려던 무렵이었다.
하지만, 영화 어바웃 타임의 대사처럼 young and careless 자체인 두 사람이 심사숙고할 여유가 없었다. 누군가의 조언은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다. 저렇게 달려가는 모습은 피임과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책임과 의지에 관한 것도 아니다. 그저 젊었고 임신이 잘 되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살던 부모의 집이 아닌 이 공간에서는 나보다는 더 잘 자랄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나? 임신과 출산에 자격이 필요한가? 1과 5의 차이는 똑똑함과 멍청함의 차이는 아니잖아.
어차피 그 큰집은 채워질 수 없는 집이었다. 비극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그 집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집이 집어 삼키는 한 가족과 특히 엄마인 해리엇은 그것을 알았을까. 그 집이 어떤 집이었을지.
문득 어떤 책인 줄도 모르고 플리마켓에서 그림책 몇 권을 사들고 온 날 밤에 사단이 벌어졌던 게 생각났다. 가끔씩 그 날의 기억은 그림책 몇 권과 연결되었다. 이성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기에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그림책들을 버려야 햇다.
악몽은 아무 예고 없이 시작될 수 있다. 준비할 수 있는 악몽은 없다.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은 여자, 그녀는 입 밖에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격렬하게 자신을 옹호했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신봉하고 지지하는 가치관으로 판단해 볼 때 그녀는 벤을 그 장소에서 데려오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살해당하는 것으로부터 그 애를 구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의 가족을 파괴했다. 그녀 자신의 인생에 해를 끼쳤다. ...
데이비드는 그녀가 거기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계속 말했다. ..... 하지만 해리엇으로서는 어떻게 안 갈 수가 있었겠는가? p.158
우린 벌받는 거야. 그뿐이야.
무엇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증오하는 톤이 있었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그가 물었다.
잘난 척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야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행복해서 p.159
불운이 닥쳤지. 그게 다야. 우리는 쉽게 성공할 수도 있었어. 우리가 계획했던 그대로 될 수도 있었어.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