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민음사
( 출판일 : 1999-06-25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5-04-16
페이지수 : 193
상태 : 승인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책에 관한 해설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조금 반감이 생겼다.
<아주 정상적인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그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행복한 가정을 건설해 나간다.그런 행복한 가정의 요소는 흩어진 핵가족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빅토리아식 큰집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도 모성애, 가장의로서의 책임감, 부모로서의 의무 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한 아이가 태어나자 그 이상적인 가정과 그 가정의 기초가 되었던 모든 이상들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가치관이 이 시대에는 얼마나 허상인지를 레싱은 '다섯째 아이'에서 보여준다 P185>
아니 이상적인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게 잘못이란 말인가? 마치 누군가 '내 꿈은 현모양처'라고 할 때의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 한심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에 대한 거부감 같은거라고 할까?
누군가는 사회적으로 멋진 커리어를 쌓고 성공을 꿈꾸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사랑스런 많은 아이들, 따스한 가정, 소박한 행복 같은 걸 꿈꿀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50페이지쯤 읽었을 때 대책없는 주인공 데이비드와 해리엇 부부때문에 너무 짜증이 나서 며칠간 책을 덮었다. 많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뛰어놀 교외의 빅토리아풍의 넓은 집을 원했지만, 그들은 너무도 철이 없고 계획이 없어 보였다. 교외의 넓은 집은 결국 데이비드의 부자 아버지가 돈을 대주어 해결되었고, 계획없이 줄줄이 낳은 네명의 아이들 양육과 큰 집의 살림은 해리엇 친정어머니 도로시가 하녀처럼 일하면서 겨우 유지가 되었다. 그녀가 그걸 원했느냐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해리엇이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었냐 하면 연이은 출산으로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 보였다. 그저 내눈에는 이기적으로만 보였다.
며칠 뒤, 다시 책을 잡고 이번엔 한달음에 쭉 끝까지 읽었다. 문제의 다섯째 아이 벤을 임신하고 나서부터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이상적인 행복한 가정에도 균열이 생겼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해리엇이 벤을 그 시설에서 다시 데리고 왔던 그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어땠는지 선뜻 판단을 못하겠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도 감히 말을 못하겠다.
< 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은 여자, 그녀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격렬하게 자신을 옹호했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신봉하고 지지하는 가치관으로 판단해 볼때 그녀는 벤을 그 장소에서 데려오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살해당하는 것으로부터 그애를 구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의 가족을 파괴했다. 그녀 자신의 인생에 해를 끼쳤다. P159>
급기야 그녀는 벤을 낳게 된게 자신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잘난척했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우린 행복해지려고 했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니, 나는 행복한 사람을 만나 본적이 결코 없어.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했지. 그래서 바로 번개가 떨어진거야 P159>
그래도 해리엇은 벤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녀 나름대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벤이 타고난 대로 살게 되는걸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벤을 포기하지 않아서 결국 나머지 아이들은 그 넓은 집을 모두 떠나게 되고, 고생으로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데이비드와 해리엇 둘이 남게 된다.
그들은 새로운 집으로 (둘만 드디어) 이사를 가고, 소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