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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고 있어: 김보영 장편소설

김보영 지음새파란상상 ( 출판일 : 2020-05-26 )
작성자 : 이○별 작성일 : 2025-04-13
페이지수 : 152 상태 : 승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후속편이며 여자편이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과정을 읽어나가는 것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멸망해버린 세상에서, '사랑' 이라는 이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 놈의 '사회'란 얼마나 잔인하고 가혹한지.

1편의 남자가 기약없는 기다림과 외로움, 끝없이 이어지는 공허한 시간 속에서 미쳐갔다면 이 책의 여자는 자신을 끊임없이 무시하고 배척하는 이들 사이에서 괴로워해야했다. 아무래도 더 공감하게 되는 건 여자쪽이었다. 나는 남자의 그 절대적인 고독을 이해할만큼 완벽히 혼자였던 적이 없으니까.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는 건 아무리 혼자여도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어떤식으로든 타인과 연결되어있으니까. 그 대상이 비록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배달원일지라도.

세상이 멸망하고 나서 돌아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를 포기했다. 당장 현실을 살아내기도 벅차서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하고 제 곁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 내일 저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머릿속에 없다. 당장, 지금만이 중요하다. 내일따위는 그려지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사회는 곪아가고 망가져간다. 최소한의 인간성도 사라진 사회는 인간성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고 배척한다. 그것이 언제까지나 이어질거라 믿으며, 당장 내 손에 쥐어진 알량한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하지만 결국 미래를 손에 쥐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건 마음속에 이상을 품고 버리지 않은 사람들 뿐이다. 기계에게, 타인에게 생각을 위탁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계산해서 지식을 쌓아나간 사람들.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고 아이들에게 미래를 가르친 사람들. 그들은 결국 모든 것이 망가졌을 때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미래를 손에 넣는다.

사랑이 사라지고 각박하기만 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할지 5년전에 쓰여진 이 책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쓰러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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