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목사·신부, 한적한 산사와 예배당·수도원에 있어야 제격인 사람들인 모여 때 아닌 잡설을 펼친다. 잡설(雜說)이라고 해서 그냥 잡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라는 흔한 단어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세상사, 즉 우리 시대의 꿰뚫어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고 해야 옳은 말들이다. 자살로 시작된 잡설은 이내 ‘죽음 불감증’에 빠진 한국 사회의 근원적 문제로 진입한다.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죽음 대열에 내몰리고 있지만 세상을 바꾸겠다고 큰 소리쳤던 사람들은 ‘나 몰라라’ 한다. 생명에 대한 외경을 잃어버린 시대는 징후는 암울하기만 하다. 결국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정부도,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자본가도 노동자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살 행렬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건 국민뿐이다. 우리의 아들·딸이 죽어가고 있음을 인식하자는 말이다. 스님·신부·목사의 잡설은, 잡설이되 세상을 변화시키는 잡설이다. 종교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우리 사회를 일신하는 고갱이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색창연한 고담준론만을 되뇐, 뒷짐 지고 세상만 질타하는 종교인들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와 폭력 앞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잡설은 실상 우리 사회를 후려치는 죽비소리에 다름 아니다. 일상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오늘을 영원에 비춰 볼 수 있는 스님·신부·목사의 잡설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