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모든 길이 끝나는 곳 그리고 거기서 가까스로 시작되는 어떤 길에 대하여 그림책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는 제1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권태응문학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문체와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우리 동시사에 의미 있는 매듭을 묶으며 걸어온 시인 김개미의 동시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지만, 그 사람들이 다 바다에 가려는 건 아니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바다에 도착하고 모든 길이 사라진 이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어떤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희미하고 좁고 위험천만한 그 길 위에 선 존재는 전쟁과 재난, 폭력과 분쟁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난민이다. 이 바다의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있는 이들의 모습을 이수연 화가는 새를 의인화해 표현했다. 과감한 화면 연출과 힘 있는 붓질은 뿌옇고 황량한 외부 세계와 소용돌이치는 내면의 대비를 예술적 언어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