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황태연 교수가 2011년 출간한 <공자와 세계>의 서론에서 처음 선보였던 자신의 문명이론을 정식화한 책을 펴냈다. 황 교수는 라이프니츠로 대표되는 문명융합론과 헌팅턴으로 대표되는 문명충돌론을 비판하고 제3의 새로운 문명이론으로 '패치워크문명론'을 제시한다. '패치워크'는 원래 헝겊이나 가죽 조각들(patches)을 꿰매고 모아 붙여 짜깁기한 '쪽모이'식의 옷이나 보자기, 우산, 텐트, 누비이불, 축구공 등 섬유.가죽제품을 말한다. 황 교수에 따르면 문명융합론과 문명갈등론은 정반대의 이론체계로서 줄곧 대립해왔다. 문명융합론은 세계의 여러 문명들이 상호교류를 통해 융해되어 단일한 '세계문명'또는 '보편문명'으로 '융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낙관적 문명관인 반면, 문명갈등론은 문명이란 애당초 상호 융합될 수 없고 오로지 서로 지배.피지배 관계 또는 우적관계로 나뉘어 마냥 우열을 다툴 뿐이라고 주장하는 비관적 문명관이다. 그러나 이 두 문명론은 여러 문명권이 융합되지 않은 채 뚜렷한 정체성을 고수하지만, 그래도 갈등이 아니라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를 공감하고 배우고 모방하며 발전해온 동서고금의 일반적 문명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논의의 실마리를 끌어내기 위해 황 교수는 "동아시아문명은 과연 유교문명인가?"라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