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애의 장편소설 『시나브로』. 폭우가 쏟아지던 날 지나가는 길목이라며 데리러 와주었을 때고, 그녀가 잘 먹는 안주를 손이 닿는 곳으로 밀어주었을 때고, 늘 집에 들어갈 때까지 라이트를 환하게 비춰주었을 때도, 몇 년 전 선물한 운동화를 닳아빠질 때까지 신고 다닐 때도, 녀석을 난 우정이라 착각했다. 열일곱 벚꽃이 흩날리던 날 시작된 그의 사랑은 깊고 단단한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오랫동안 노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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