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식의 소설을 읽고 있으려니 현대 철학에 등장하는 역사와 시간, 우울과 환희, 반복과 차별, 혁신과 지체 등의 단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등장한다. 작가 이광식은 이번에 상재한 소설집에 다섯 뭉치 역사의 시간 꾸러미들과 그 안에 사람 꾸러미를 건져 올려놓았다. 다섯 편의 역사소설이 그것들이다. 현대소설도 6 편 묶여져 있는데 작가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이미 20 여 년 전에 쓴 작품들이라고 하였다. 요 근래에 쓴 작품들은 다섯 편의 역사물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역사물을 쓴 이유를 밝혔다. ‘작품 내용이 현실에서 역사로 옮겨 간 것은 문학론의 새로움 때문이라기보다 나이 혹은 세월 때문이라고…. 이광식의 문학은 소설 작품 속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해체’라는 시대의 철학적 기반 위에서 문자로, 더러는 행동으로 일구어가는 혁신의 순수함 그것이었다. 지금까지를 다 묶어 이를 한 문장으로 이어본다면 「인식의 용광로와 언어의 쇳물이 그려놓은, 데리다가 말한 차연(差延)의 기호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