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문학 소설선.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10년 가까이 묵묵히 작품을 써온 박영희의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안온한 가족시네마의 이면을 응시하는 소설 6편으로 구성되었다. 박영희의 소설에서 아버지는 부재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의 존재는 초라하고 핍진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저녁식사에 수면제를 타는 아이, 자궁을 적출하고 허기에 시달리는 중년 여인,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 알함브라로 떠나고 나서야 지난 시간을 복기하는 여인,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를 차로 죽이게 된 여자. 이런 자들의 사연은 쓸쓸하기만 하다. 박영희 소설의 인물들은 느리지만 자신을 옭아맸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여준다. 소설의 수록된 순서대로 작품을 읽는다면 학대받던 아이가 고단한 삶과 맞서면서 자신과 비슷한 타인을 쉽게 발견하고 환대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