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염상섭 문학 문학과사상연구회의 재인식 총서의 첫 작가가 염상섭인 이유는 당시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도 있었지만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염상섭이 점한 지대한 역할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학계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었다. 계몽주의 문학이 사명을 다한 시점에 나온 염상섭 문학은 한국 근대문학의 방향을 새롭게 열었다. 이전의 계몽주의 문학은 서구의 근대를 추종하는 것에 그쳤다면, 염상섭은 서구 근대 자체를 질문한 첫 작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서구 근대의 한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일찍 깨달았던 염상섭은 식민지 조선을 서구 근대의 단순한 반복으로 삼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단순한 독립을 넘어 근대 자체의 극복도 고민하였기에 이러한 치열한 작가정신은 분단시대까지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