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이팝나무 아래에서》를 쓴 고유진은 올곧은 성품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위하는 마음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하다. 그 반면에 남들이 흔히 지나치는 작고, 여리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런 마음은 그녀 자신이 그런 마음을 지니지 않으면 절대 보일 수 없는 품성이다. 그녀는 휴머니즘이 강한 휴머니스트이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품성을 마음으로만 새기지 않고, 시민운동을 통해 적극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녀는 아주 섬세한 고운 심성을 가졌다. 그것이 어떨 땐 지나치리만큼 강해 한 포기의 풀, 한 송이의 꽃, 개미, 참새, 심지어는 파리와 같은 해충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고운 심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심성이 맑은 시냇물 같아 작은 것 하나에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런 품성은 시를 쓰는 시인에게는 보석과도 같다. 그런 마음은 억지로 생기거나 꾸민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