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나 작품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작고문인들의 충실한 작품집을 발간하기 위해 기획된 '한국문학의 재발견-작고문인선집'시리즈 여덟 번째 책으로,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로 시작하는 가곡 '명태'로 더 유명한 시인 양명문의 작품을 모았다. 동경에서 일본어로 쓰인 <화수원>을 상재한 후 1984년 마지막 시집 <지구촌>을 출간하고 지병으로 타계할 때까지 시를 놓지 않았던 서정시인 양명문은 40년 이상의 꾸준한 시력과 만만치 않은 작품량, 중심적 문단활동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이다. 평양 거상의 아들로 출생하여 일본 유학시절 한글로 책을 내려 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원고를 압수당하고, 해방 이후 사회주의 이념 아래서 작품을 쓰는 처지에 놓이는가하면,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하여 일평생 고향에 대한 향수와 상실감을 안은 채 살아간 작가 양명문. 무심한듯 질박한 감흥이 싱싱하게 버무려진 형이상학적 관념이 가득 담긴 시편들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