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집안과 약혼자,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희연은 생사의 기로에서 그를 살린 낯선 남자에게 붙잡히고 만다. “왜 하필 내 눈에 띄어 가지고. 뒤지려면 혼자 조용히 뒤지든가!” “누가 구해 달랬어?” “너 진짜 뒤지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그렇게 희연은 저를 구한 이규를 쫓아가 그의 삶 속에 몸을 던진다. 곰팡이 슨 반지하 방, 조폭의 유흥거리로 링 위에서 싸움질을 하며 살아온 밑바닥 인생. 순진한 이규는 거칠게 희연을 밀어내면서도 차마 내치지는 못한다. “씨발. 뒤지려고 할 때 그냥 놔뒀어야 하는데.” “이미 구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네가 나 새까만 바다에서 구해 준 것처럼 나도 너 끌어내 줄게.” 죽고 싶은 여자와 살고 싶은 남자. 티격태격하며 내디딘 두 사람의 동거가 서로를 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 보려던 순간, 삶의 무게는 다시금 그들을 짓누르는데……. “이규야. 나 결혼해.” 어둡고 짙은, 빛이라곤 들지 않는 바닷속에서 과연 이규와 희연은 서로의 호흡이 되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