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고 닫히는 문을 통해 마음의 열고 닫음을 내밀하게 바라보며 건네는 위로 한 남자가 문을 꼭 닫고 집 안에 있습니다. 그는 실내에 있으면서도 털실 옷과 긴 머플러로 온몸을 감싼 채 문 밖에서 난폭한 존재들이 자신을 훔쳐볼까 두려워합니다.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킨 상황에서 주인공은 화분에 물을 주고 어항 속 물고기를 돌보며, 지난 날이 담긴 액자로 벽을 꾸밉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부터 ‘똑 똑 똑’ 소리가 들립니다. 문틈을 타고 들어오는 소리는 그를 두려움으로 덮어 더 구석으로 몰기도 하지만, 설렘으로 다가와 문 밖을 기대하게도 합니다. 주인공이 가진 마음의 벽을 ‘문’이라는 대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책 속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문의 이미지는 주인공이 겪고 있는 감정의 또 다른 형상으로 보입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문 너머의 소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자, 그 소리는 향기로운 꽃잎이 되어 흩날립니다. 노란 꽃잎이 건네는 추억의 힘으로 마침내 그는 문을 열고, 그 너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만납니다. 그리고 둘은 함께 문밖으로 나와 나란히 세상을 향합니다. 문은 열렸지만, 바람 소리는 여전합니다. 똑 똑 똑 소리와 함께요.